‘일상 속 내 아이를 서서히 죽이는 오리 인형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직설적으로 대변한다. 프라이팬, 샴푸, 화장품, 소파, 장난감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물건들이 내뿜는 독성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저자들이 ‘몸소’ 보여준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인 이들은 프탈레이트와 트리클로산이 포함된 목욕용품으로 샤워하고, 폴리카보네이트 컵에 담긴 커피를 마셨으며,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실험을 수행하기 전과 후 혈액과 소변 샘플을 수집해 특정 화학물질의 증감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식 관련 장애를 일으키는 모노에틸프탈레이트 농도가 22배,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트리클로산 농도는 2900배가 증가했다. 참치를 많이 먹은 이는 수은 농도가 2.5배 뛰었다.
환경오염을 피해 도망갈 곳은 없다. 이미 독성물질들은 집 안의 내밀한 공간 깊숙이 침투해 있지만 누구든지 슈퍼마켓에서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면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독성 화학물질을 되도록 피할 수 있는 ‘행동 지침’도 제시했다. 강한 인공 향이 첨가된 목욕용품과 방향제는 피하고 오래된 테플론 프라이팬은 갖다버린다. 모직물 삼베 면 등 천연섬유로 만든 제품을 쓰고 부엌이나 욕실을 청소할 때는 베이킹 소다 같은 천연세제를 이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개선하는 것이 답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2009년 이 책이 캐나다에서 출간된 후 현지 소비자들의 생활방식은 변하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비스페놀A가 든 젖병을 구입하지 않게 됐고, 화학물질로 오염된 생선을 저녁상에 내놓지 않았다. 아이들의 가방에서 납 성분의 도시락 통이 사라졌다. 유기농과 지역 농산물 소비는 점차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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