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 부부는 은어를 즐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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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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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박물관, 무령왕릉 발굴 40주년 맞아 미공개 유물 특별전시

《1971년 7월 5일, 충남 공주시 송산리 고분군. 장마에 대비한 5, 6호분 주변 배수로 공사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한순간 쨍하는 금속성 소리가 인부의 귓전을 때렸다. 삽날 끝에 벽돌이 걸린 것이다. 벽돌로 쌓은 무덤(전축분·塼築墳)이었다. 백제 25대 무령왕(재위 501∼523년)과 왕비의 무덤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백제 고고학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무령왕릉 발굴, 그러나 발굴단의 경험 부족과 당혹감으로 하룻밤 만에 발굴을 마쳐 졸속 발굴이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무령왕비 두침.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무령왕비 두침.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무령왕릉은 발굴 조사가 이뤄진 삼국시대 이전 고분 가운데 주인공이 밝혀진 유일한 무덤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은 모두 108종 4600여 점. 유려한 곡선에 불꽃 모양으로 장식된 왕과 왕비의 관(冠) 장식물, 금제 뒤꽂이, 각종 금제 목걸이와 귀고리, 목제 무령왕비 두침(頭枕·머리받침), 금동제 신발과 무령왕 부부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기록한 지석(誌石), 토지신으로부터 이곳 땅을 샀다고 하는 내용이 새겨진 매지권(買地卷), 무덤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석수(石獸) 등이 나왔다. 왕과 왕비의 금제 관장식, 청동거울, 금제 머리 뒤꽂이 등 국보로 지정된 것만 해도 12점에 이른다.

무령왕릉 발굴 40주년을 맞아 국립공주박물관이 기념특별전 ‘무령왕릉을 격물(格物)하다’를 2012년 1월 29일까지 연다. 발굴 당시 보고되지 못했거나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를 중심으로 750여 점의 유물과 관련 자료를 선보인다. 지속적인 연구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최근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을 공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처음 공개합니다(신공개)’ ‘찾고 또 찾습니다(신발견)’ ‘다시 조사하고 분석합니다(신분석)’ 등 3개 주제로 구성했다.

신공개 코너에서는 왕비의 시상(屍牀·주검받침)을 처음 공개한다. 시상은 시신을 관에 안치할 때 사용하는 판으로, 최근 목관 부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공주박물관은 현재 남아 있는 부재를 토대로 시상의 원래 모습을 복원했다. 전체 길이 232cm, 너비 58cm다.

물고기 뼈도 선보인다. 발굴 당시 무덤 바닥에서 수습한 물고기 뼈가 은어 뼈라는 사실을 최근 확인해 함께 전시하고 있다. 무령왕 부부가 은어를 즐겨 먹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발견 코너에서는 왕비의 두침과 족좌(足座·발고정틀) 등을 만날 수 있다. 두침과 족좌는 유물의 안전을 위해 30일까지만 공개한다.

세 번째 신분석 코너에서는 각종 장신구와 섬유직조물 등 다양한 출토 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소개한다. 동물 모양 장식물이나 대추 모양 옥구슬은 흑옥(黑玉)으로 만든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흑옥은 식물이 오랜 세월 토양의 압력에 의해 화석화한 것. 백제 사람들은 이것을 몸에 지니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28, 29일 국립공주박물관 강당에서 한국 중국 일본 학자들이 모여 무령왕릉에 대한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국제학술대회 ‘백제의 국제성과 무령왕’이 열린다. 041-850-636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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