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명품숍 거리, 생토노레에 위치한 패션·문화 편집숍 ‘콜레트’는 전 세계 트렌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 ‘샤넬’의 카를 라거펠트 같은 거장 디자이너들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이곳을 제집 드나들 듯한다. 패션, 화장품 등 패션 관련 아이템은 물론이고 최신 전자기기와 관련 액세서리, 음반 서적 등 패션과 문화의 ‘핫’ 아이템을 한데 모은 이곳은 유행의 정점이자 트렌드의 창이다. 패션깨나 안다는 사람은 파리에 갈 때마다 이 매장을 ‘성지 순례’하듯 찾는다.
서울시와 지식경제부 주최로 17∼22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에 초대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콜레트’의 사라 레르펠 대표를 최근 본보가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한국 패션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패션위크 현장을 둘러보니 특히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말했다. 그는 첫 방한이 설렌다며 “안녕, 서울(Bonjour, Seoul)”이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인터뷰에는 ‘콜레트’의 설립자인 어머니 콜레트 루소 씨도 동석했다. 그 유명한 숍을 운영하는 트렌드세터이면서도 마치 난생처음 기자를 만난 듯 수줍어하는 이들을 보니 과거 서구 신문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수줍어하는(media-shy)’이라고 기술했던 대목이 떠올랐다. 이들은 따로 사진을 찍는 것도 부끄럽다며 사양하고, 사라 레르펠과 콜레트 루소라는 본명 대신 ‘사라’와 ‘콜레트’로만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예쁘장한 얼굴과 짧은 헤어스타일로, 종종 패션 블로그 등을 통해 일상을 소개하는 사라 대표와 달리 콜레트 씨는 공개적으로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콜레트 씨가 “지금 최근 뜨는 신예 디자이너로 눈여겨보고 있는 쥘리앵 다비드의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다”고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중년 여성’ 정도로만 느껴졌을 것 같았다. 그러나 “콜레트의 비전은 뜻밖의 반전으로 고객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서는 수줍은 미소 사이로 숨겨진 내공이 느껴졌다.
현재 ‘콜레트’의 운영과 머천다이징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딸 사라 대표가 도맡아 하고 있다. 패션 리테일 전문가인 어머니 콜레트 씨는 1997년, 정보기술(IT) 기기와 패션 아이템을 함께 파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숍을 기획한 창업자이자 고문이다.
콜레트가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데는 지하층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의 역할도 컸다. 예컨대 호러가 그달의 테마라면 피 흘리는 모습의 마네킹을 레스토랑 곳곳에 배치하고 엽기적인 모양으로 빚은 스테이크를 메뉴판에 올린다. 사라 대표는 “파리의 보통 레스토랑은 지정된 시간에만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언제든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다”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3박 4일의 짧은 방한 일정이었지만 이들은 서울패션위크 동안 많은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고 말했다.
“저는 김재현 디자이너의 ‘자뎅 드 슈에트’의 감성적인 디자인이 맘에 들어요. 어머니는 ‘헥사 바이 구호’에서 정구호 디자이너가 보여준 깔끔한 선의 미학에 감명을 받으셨다고 하고요.”
콜레트에는 이미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작품이 판매되고 있다. 긴 토끼귀가 달린 아이폰 케이스, 아이폰과 연결해 쓸 수 있는 큰 수화기 등 주로 IT 관련 디자인 액세서리들이다. 그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피플 사이에 이런 디자인 소품들의 인기가 높다”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위트만 담겨 있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우리의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일모직이 2008년 이탈리아에서 도입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10코르소코모’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눈에 쏙 들어오는 아이템이 많고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 매장이 모든 게 잘 정돈된 클래식한 느낌이라면 콜레트는 실험적인 느낌이죠. 우리는 거의 매주 쇼윈도를 바꾸거든요.”
사라 대표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온라인 쇼핑이다. 설립 초기부터 온라인 쇼핑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왔다는 그는 “전 세계 고객들에게 우리가 개발한 상품을 배송하는 일이 재밌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함께 전 세계 곳곳에 지점을 내자는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라 대표는 “제가 직접 물건을 고르고 매장에 배치하는 게 핵심인데 그 모든 곳을 다니며 모든 일에 관여할 자신이 없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콜레트의 힘’은 사라 대표의 천부적인 눈썰미에서 시작되고 끝난다는 프랑스 현지 언론들의 칭송처럼, 그는 이미 그냥 ‘사업가’가 아닌 ‘장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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