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69>客이 不悅曰弟子가 齊宿而後에 敢言이어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맹자가 올바른 이념이 실행되지 않는 齊(제)나라를 떠나서 제나라 서남쪽에 있는 晝(주)란 땅에 묵을 때, 어떤 사람이 제나라 왕을 위해 맹자를 만류하려고 했다. 그 객은 端坐(단좌)하고 말을 했지만, 맹자는 隱궤(은궤·안석에 기댐)하여 누운 채 응대하지 않았다. 그러자 객은 불쾌해 하면서 항의했다.

弟子는 자신을 겸손하게 지칭하는 말이다. 객이 실제로 맹자의 제자였던 것은 아니다. 齊宿(재숙)은 沐浴齋戒(목욕재계)하여 하룻밤 지내는 것을 말한다. 이때의 齊는 齋와 같다. 夫子는 상대방을 존경하여 부르는 말이다. 請∼은 자신이 이제부터 ∼하려고 한다는 의지를 나타낼 때 겸손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敢見은 감히 뵙는다는 말인데, 敢은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표현이다.

맹자가 안석에 기대어 누운 채로 객의 말에 응대하지 않은 것은, 객이 제나라 왕의 측근이었으므로 객의 말에 응대하지 않음으로써 권력자의 無禮(무례)함을 비판한 것이다. 맹자가 누운 채로 객을 맞은 행위는 권력자가 빈객이나 현자를 무례하게 대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한나라 劉邦(유방)은 아직 沛公(패공)일 때 갓 쓰고 찾아오는 선비가 있으면 다짜고짜 갓을 벗겨 거기에 오줌을 누고는 했다. 책사 (력,역)食其(역이기)가 만나러 갔을 때는 의자에 걸터앉아 두 여자에게 발을 씻기고 있었는데, 여자들을 물리치거나 옷매무새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역이기는 읍례만 하고 절을 하지 않은 채 그런 태도로 사람을 맞으면 천하를 평정할 수 없다고 꾸짖었다. 그러자 유방은 발 씻던 것을 그만두고 옷을 걸치고는 정중하게 맞아들였다. 유방은 그나마 앞서의 태도를 고치고 남의 말을 받아들여 끝내 천하를 평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든 권력에 기댄 무례함을 고치지 않는다면 결국 자기 자신이 패망하고 말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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