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그리스 채무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그리스 구제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희소식에 27일 뉴욕 증시 등 전 세계 증시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9월 출간돼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베스트셀러 분야에서 3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부메랑’(W W 노턴앤드컴퍼니)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머니볼’ ‘라이어스포커’ ‘빅샷’ ‘패닉 이후’ 등 내놓는 책마다 히트를 기록한 이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직은 아니다(Not yet)”라고 답할 것 같다. 그는 이 책에서 재정위기 국가의 부도는 불가피하며 얼마나 조용히 정리되느냐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루이스는 아일랜드 그리스 등을 수개월간 직접 방문한 뒤 ‘부메랑’을 집필했다. 그를 유럽 재정위기국 투어로 이끈 사람은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인 카일 베스였다. 베스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증권이 부도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해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 이번에는 그리스가 부도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실제 부도가 나면 그는 636배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런 투자가 루이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루이스는 2002년부터 불기 시작한 선진국의 경제호황이 철저하게 부채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2002∼2008년 개인, 은행, 국가가 빌린 돈은 전 세계적으로 84조 달러에서 195조 달러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자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뒷감당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돈을 끌어다 썼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로존에서 가장 먼저 재정위기를 맞았던 아일랜드다.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산업을 통해 국가의 부를 축적해 왔고 이를 교육에 투자했다. 하지만 고학력층은 늘어나는데 주력 산업은 수산업에 머물러 있는 게 문제였다. 이때 아일랜드 은행들이 대규모로 달러를 해외에서 끌어왔고 모든 고학력 청년들은 이 돈을 빌려 ‘투자은행가’의 꿈을 꿨다. 그러나 빚은 영원히 자기 것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들은 망각했다.
아일랜드가 은행이 돈을 끌어다 썼다면 그리스는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부가 무분별하게 빚을 진 케이스다. 루이스는 이를 ‘어마어마한 뇌물과 부패’이며 그리스 국민도 모두 이에 동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책은 개혁에 저항하는 그리스 국민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스에는 시민사회는 없으며 오직 이기주의만이 흐르고 있다고.
아일랜드는 연간 국세 수입의 25배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으며 스페인과 프랑스는 부채가 거둬들이는 세금의 10배를 넘는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많은 빚을 지고도 국가 부도를 피해간 나라는 없다고 저자 루이스는 강조한다. 책을 덮으면서 그의 예언이 들어맞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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