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에서 볼 법한 황금빛 말풍선들이 미술관 천장에 가득 떠있다.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말이 머릿속에 떠도는 모습을 상징화한 설치작품이다(‘스피치 버블’). 풍선을 지나쳐 들어가면 아무 용도 없이 건축가가 디자인한 날개달린 건물, 이곳의 동력 공급을 위해 일하는 물소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펼쳐진다. 치앙마이를 배경으로 찍은 아름다운 고화질 영상은 움직이는 회화처럼 신비롭다(‘화성에서 온 소년’).
국립현대미술관이 12월 4일까지 덕수궁분관에서 개최하는 ‘소통의 기술’전에 참여하기 위해 내한한 필리프 파레노 씨(47)의 작품들이다.
“말풍선은 전시장이 아닌 노조 시위에서 처음 사용됐는데 풍선이 한데 모인 이미지 자체가 인상적이라 색깔을 달리해 만들고 있다. 영상 역시 내용을 해석하지 말고 각자 느낌대로 보면 된다. 내가 지향하는 소통 방식은 느낌과 경험의 공유일 뿐, 생각의 주입과 강요가 아니다.”
이 전시에선 그를 비롯해 알바니아 출신 안리 살라, 쿠바 출신 호르헤 파르도, 한국 작가 함양아 씨가 예술과 일상, 개인과 사회의 소통을 주제로 4개의 전시실을 꾸몄다. 파레노 씨의 경우 관객이 머무는 공간과 시간을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경쾌한 발상, 마술처럼 치밀한 연출로 즐거움을 준다. 더불어 그의 작업은 현실과 상상 중 한쪽만 바라보기보다 두 세계를 향해 감성을 활짝 열고 새로운 소통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모든 예술은 대화다. 내 작업이 관객에게 작가의 느낌을 슬쩍 엿보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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