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이 기획하고 프랑스의 안무가 조엘 부비에 씨를 초빙해 국내 무용수 16명으로 5, 6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한 창작 무용 ‘왓 어바웃 러브’는 실패작이다. ‘무용수 16명 각각의 사랑의 기억을 다채롭게 펼쳐내겠다’는 의도와 달리 표현의 폭이 좁았고 관객의 공감을 얻지도 못했다.
부비에 씨는 1980년대 프랑스 현대무용의 새로운 물결인 ‘누벨당스’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으로 1993년부터 11년간 프랑스에서 유일한 현대무용 교육기관인 앙제 국립현대무용센터 원장을 지낸 인물. 무용수 시절 강렬한 이미지와 관능적인 표현으로 주목받았고, 안무가로서는 무용수 개개인의 자기표현을 이끌어내는 안무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런 스타일과 이력답게 부비에 씨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직접 오디션으로 뽑은 16명 각각의 사랑의 기억을 뽑아내겠다고 했다. 35세 이상의 무용수를 4명 포함시킨 것도 경험의 폭을 살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기억나는 사랑의 이미지는 ‘설익은 유치한 사랑’ ‘감정이 어긋난 사랑’ ‘열정은 사라지고 연인이라는 관계만 남은 쓸쓸한 사랑’ 등 서너 가지에 불과했다. 안무가와 무용수의 교감이 충분하지 못했거나, 무용수가 갖고 있는 사랑의 경험이 얄팍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무용수가 ‘몸’이 아닌 ‘말’을 사용하는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사랑’이라는 단어만큼 ‘말’과 ‘말이 담은 내용’의 괴리가 큰 단어도 없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사랑의 느낌은 사라지고 유치하고 얄팍한 감정의 이미지만 남기 마련이다.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 이 같은 대사를 남발했다. 오르골 연주 소리를 배경으로 분홍색 원피스의 단발머리 무용수(김수정)가 한 아름 안고 있는 깃털을 무대 위에 뿌리면서 처연한 목소리로 “널 사랑해, 널 영원히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라고 반복한다.
몇몇 안무는 참신했다. 외투를 활용한 군무는 역동적이었고 새로웠다. 국은미 김동현 씨가 다른 무용수들이 포장지, 크리스털 와인 잔, 손뼉, 종 등을 사용해 직접 내는 음향에 맞춰 2인무를 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유치하다’는 첫인상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의미와 이미지가 분절된 공연의 마지막은 무용수 한 명이 ‘내 방 창문은 거리의 신비를 향해 열려 있고’로 시작하는 긴 글을 낭독하는 것이었는데 커튼이 내려오기 전까지 관객들은 박수 칠 시점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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