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 장태원 씨(35)는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소식을 듣고 열흘 뒤 일본으로 향한다. 참사 현장을 한 달 반가량 누빈 작가는 밤마다 인공조명이 사라진 삶의 터전을 환히 밝혀준 달빛에 의지해 장노출 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들은 몽환적 풍경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보면 파도에 밀려 뭍에 올라온 배와 무너진 집 등 비극의 순간이 채집돼 있다.
“처음 현장에 갔을 때 극도의 충격을 느꼈지만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돌아오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작업실에서 사진적으로 잘 찍은 작품을 고르는 내 모습에서 반복된 자극에 무감각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그의 사진은 참혹한 재난의 공포도, 끔찍한 사건의 충격도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무뎌지고 잊혀진다는 진실을 깨우쳐 준다. 아무리 정확하게 찍은 사진도 현실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각에서 작가는 아예 현실과 사진의 거리를 멀리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재난 이야기를 전한다.
지진의 피해 현장을 찍은 ‘Generic landscapes’ 연작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스며 있다. 일본인의 얼굴을 확대한 사진을 일그러뜨려 만든 ‘피해자들’ 시리즈는 같은 사건도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달리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제정한 일우사진상의 수상기념전. 12월 28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02-753-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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