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이 ‘샘’이란 이름을 붙인 소변기, 데이미언 허스트의 담배꽁초가 가득한 재떨이…. 금기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현대미술 작품은 종종 평범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이달 초 독일 도르트문트의 오스트발 미술관에선 큰 소동이 났다. 110만 달러(약 12억 원)짜리 독일의 현대미술 작가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설치작품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When it starts dripping from the Ceiling)를 ‘열성적인’ 청소부가 훼손한 것. 이 작품은 나무판으로 세워진 탑형 구조물 밑바닥에 고무판으로 된 물받이 접시가 놓여 있는 형태다. 문제는 작가가 접시 바닥을 갈색 페인트로 칠해 놓았던 것. 빗방울이 떨어져 변색된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작가는 말라붙은 물때 자국을 ‘예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청소부는 이를 ‘지워야 할 얼룩’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결국 청소부는 솔을 이용해 바닥 접시의 페인트를 박박 닦아내 새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 작품은 개인 수집가에게서 빌려온 작품으로 현재 보험사 측이 피해액을 산정 중이다. 현대미술 작품이 청소부의 실수로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전에서는 청소부들이 시립미술관 광장에 있는 폐품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쓰레기인 줄 알고 소각장에 갖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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