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선 위암4기 없다”… 그는 오늘도 투혼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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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 ‘울랄라세션’ 리더 임윤택, 오늘 마지막 ‘슈스케’ 콘서트

지난달 14일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무대를 마친 직후의 울랄라세션. 울랄라세션 멤버들이 처음 만났던 롤러장을 본뜬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마친 뒤 이들은 “말이 필요 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왼쪽부터 박승일 김명훈 임윤택 박광선. CJ E&M 제공
지난달 14일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무대를 마친 직후의 울랄라세션. 울랄라세션 멤버들이 처음 만났던 롤러장을 본뜬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마친 뒤 이들은 “말이 필요 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왼쪽부터 박승일 김명훈 임윤택 박광선. CJ E&M 제공
“임윤택 씨는 원래 머리가 짧은 스타일이에요?”

9월 16일 방영된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3’. 무심코 던진 심사위원 이승철의 질문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요.” 윤종신 윤미래 등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나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32)은 담담했다. “위암입니다. (암세포가) 반지 모양으로 옆으로 자라는 형태예요. 위와 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했습니다.”

그날부터였다. 이후 울랄라세션은 ‘슈퍼스타K 3’에서 안정된 노래와 춤 실력으로 무대를 압도해 왔다.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임윤택은 11일 밤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슈스케’ 마지막 무대에서 팀을 이끌고 남성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와 우승을 겨룬다. 무대 아래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진이 대기한다.

올 1월 리더의 위암 진단은 15년간 알고 지내온 멤버들에게 날벼락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이들이 슈스케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막내 박광선(22)이 “형은 내게 우상 같은데 믿기지 않는다”며 울었지만 임윤택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서도 생계 때문에 음악에 전력투구하지 못하고 살아온 ‘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우리 무대를 보고 즐거워하면 에너지를 받아 빨리 나을 것 같았어요.”

지역 예선 통과 후 6월 2일 임윤택은 수술을 받았다. 9월 30일 상위 11개 팀이 경연하는 생방송 무대를 앞두고 김명훈(29)과 박승일(31)이 “그만하자”며 또 울었다. 하지만 맏형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하루를 살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며 멤버들을 다독였다.

매주 월요일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금요일 생방송 무대에 오르기 전 병원에 들렀다. 생방송 시작 전 61kg이던 몸무게는 한 달 반 만에 54kg으로 줄었다. 출연자들이 수행하는 각종 미션이나 리허설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6번의 생방송 경연이 이어지는 동안 울랄라세션은 늘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달의 몰락’(김현철) ‘오픈 암스’(저니) ‘미인’(신중현과 엽전들)으로 이어지는 신선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서 3주 연속 ‘슈퍼세이브’(심사위원들에게서 최고점을 받아 시청자 투표와 상관없이 탈락을 면하는 제도) 혜택을 받았다.

위암으로 숨진 영화배우 장진영의 유작 ‘청연’의 OST ‘서쪽하늘’을 “사랑하는 날, 떠나가는 날, 하늘도 슬퍼서 울어준 날…” 하고 불렀을 땐 관객들도 울었다. 지난주 준결승 무대에선 “오 날 보고 살짝 웃는 그대” 하며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를 신나게 불러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독설로 악명 높은 심사위원 이승철도 “말이 필요 없다. 음악에 대한 울랄라세션의 열정과 투혼을 발휘하는 임윤택 씨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며 기립박수를 쳤다.

임윤택의 부모는 매주 생방송 현장을 찾는다. 울랄라세션이 노래하는 동안 숨이 멎은 듯 미동도 않고 무대를 지켜보다 공연이 끝나면 그제야 가벼운 한숨을 쉬고 기대앉곤 한다.

경연 도중 임윤택은 숱한 ‘어록’을 남겼다. “난 무대에서 노래하는 녀석이다. 무대에 올라가면 아픔이 잊혀진다”고 했고,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가 이끄는 울랄라세션이 특유의 안무를 곁들여 외치는 구호가 있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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