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80>孟子去齊할새 充虞路問曰夫子若有不豫色然하시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4일 03시 00분


‘맹자’ ‘公孫丑(공손추)·하’ 제13장은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 길을 가면서 제자 充虞(충우)와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路問은 길을 가는 도중에 물었다는 말이다. 夫子는 선생님인데, 여기서는 맹자를 가리키는 이인칭으로 사용되었다. 不豫는 不悅(불열)과 같아 기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然은 代詞(대사)로, 여기서는 ‘有不豫色한 듯 그러한 듯’이란 뜻이다. 虞聞諸夫子는 우(충우)는 이것을 선생님께 들었다는 말로, 諸(저)는 之와 乎를 합한 말이라고 한다. ‘不怨天하며 不尤人이라’는 ‘논어’ ‘憲問(헌문)’편과 ‘중용’에 나온 말로 맹자가 그 말을 외워서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논어’ ‘헌문’편에서는 ‘不怨天(불원천)하며 不尤人(불우인)이요 下學而上達(하학이상달)하노니 知我者(지아자)는 其天乎(기천호)인저’라고 했다.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허물하지 않으며, 아래로 인간의 일을 배우면서 위로 천리에 통달하나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아마 하늘이실 것이다’라는 뜻이다. 만년의 공자가, 자신을 칭송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실은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자신을 칭송한다고 개탄해서 한 말이다. 공자는 時運(시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 어느 때든 자기 몸에 돌이켜 스스로를 닦아나가 순서에 따라 차츰차츰 나아갔다. 이것들은 내면의 은밀한 공부였으므로 남들이 잘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충우는 맹자에게서 들은 ‘논어’ 혹은 ‘중용’의 말을 인용해서 선생님(맹자)이 시대를 못 만나 뜻을 제대로 펼 수 없어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는가 하고 조심스레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한 맹자의 답변은 다음 호에서 보게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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