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82>五百年에 必有王者가 興하나니 其間에 必有名世者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면서 기뻐하지 않자 제자 充虞(충우)가 어째서 지난날 가르쳤듯이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지금은 세상을 근심하지 않을 수 없어 지난날과는 다른 태도를 짓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넌지시 말했다. 맹자가 보기에 지금 시대는 바로 王者가 일어나야 할 시기인데 王者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五百年은 堯(요)·舜(순)으로부터 은나라 湯王(탕왕)에 이르기까지 오백 년, 탕왕으로부터 주나라 문왕과 무왕의 때까지 오백 년이라고 대략 계산한 것이다. 王者는 왕도정치를 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其間은 ‘그 사이에’이다. 名世者는 세상에 유명한 사람을 말한다. 순임금 때 皐陶(고요)·稷(직)·契(설), 탕왕 때 伊尹(이윤)·萊朱(내주), 문왕 때 太公望(태공망)·散宜生(산의생)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진정한 도인 요순의 도에 접하게 된 것은 각각 시대적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맹자는 ‘盡心(진심)·하’에서 ‘요순으로부터 탕에 이르기까지가 오백여 년이니, 禹(우)·皐陶 같은 이는 요순의 도를 보아서 알았고 탕 같은 이는 들어서 알았다. 탕으로부터 문왕에 이르기까지가 또 오백여 년이니, 伊尹·萊朱 같은 이는 보아서 알았고 문왕 같은 이는 들어서 알았다. 문왕으로부터 공자에 이르기까지가 오백여 년이니, 太公望·散宜生 같은 이는 보아서 알았고 공자 같은 이는 들어서 알았다’라고 했다.

한편 ‘梁惠王(양혜왕)·하’에 보면, 齊(제)나라가 등나라에 가까운 薛(설)에 城(성)을 쌓으려 하여 등文公(등문공)이 두렵게 여기자 맹자는 ‘진실로 선을 한다면 후세에 자손이 반드시 王天下할 자가 있을 것이니 군자는 業(업)을 창조하고 계통을 드리워서 이어가게 할 뿐입니다. 성공을 하는 것은 천명에 달렸으므로 임금께서 저 제나라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을 하기에 힘쓸 뿐입니다’라고 했다. 어떤 왕조든 오랜 기간 積德累仁(적덕누인·덕과 인을 쌓음)하면 왕천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맹자는 인간의 전체 역사를 조망한 결과 오백 년을 주기로 삼아 王者가 흥기한다고 단언했다. 개별 왕조의 역사와 인간 전체의 역사를 달리 논했다고 할 수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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