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악기 조율하는 소리가 뒤엉키자 학생들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울려나오는 매끈한 소리. 아이들은 이내 음악에 빠져들었다.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허설을 공개했다. 오후 8시 연주회가 열리기 2시간 전이었다. 15, 16일 내한공연에서 베를린필은 부산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지적장애를 가진 초중고생으로 구성된 온누리 사랑의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모두 6개 단체의 400여 명을 초청했다. 이현도 군(13·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연주자)은 “클라리넷 솔로 부분에서 객석 끝까지 맑고 깨끗하게 소리가 뻗어 나와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의 제왕’ 베를린필은 나눔을 실천하는 악단이다. 베를린에서도 다만 30분이라도 리허설을 어린이에게 공개한다. 래틀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악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음악을 접한 뒤 그들의 삶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래틀은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17세 때 베를린필에 들어온 한 단원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아홉 살 때만 해도 커서 밥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이제 내 손에 악기가 있다. 이것이 내 영혼의 양식이다’라고 하더군요. 음악 바이러스를 어린아이부터 전파하려고 합니다.”
래틀은 2002년 베를린필 취임 후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베를린 필의 미래’(Zukunft@BPhil)와 인터넷으로 연주회를 실황 중계하는 ‘디지털 콘서트홀’을 도입하는 등 ‘함께 듣는 음악’을 표방하고 나섰다.
2005년과 2008년 내한했던 그는 다시 내한 공연을 여는 까닭에 대해 “간단하다. 한국 관객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기 낭만주의의 대표적 작품인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이번 공연은 매진됐다. 그는 “12월 10일 베를린에서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 ‘말의 유희’를 연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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