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과 구두는 에로티시즘의 상징이다. 여성이 구두 속에 발을 살포시 집어넣는 행위, 그리고 살인적인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후 살아나는 여성의 종아리 근육은 프로이트적 해석으로 귀결되곤 한다. 구두라는 모티브는 그래서, ‘섹시함’이 더는 섹시한 화두로 느껴지지 않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여러 예술가에게 성적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슈즈 브랜드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여기에 특유의 붉은색 밑창, 레드 솔(red sole)까지 곁들여 섹시함의 결정체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고급 백화점 삭스피프스애비뉴와 슈즈전문매체 풋웨어뉴스가 망사 소재에 크리스털이 박힌 이 브랜드의 14cm 하이힐을 지미 추, 마놀로 블라닉, 돌체앤가바나 등 유명 브랜드의 주요 상품을 제치고 ‘2010년 가장 섹시한 구두’로 선정한 것은 그래서 우연만은 아니다.
일부 편집숍을 통해서만 판매하던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 3층에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열면서 ‘루부탱 마니아’들에게 단번에 ‘핫 스폿’이 됐다. 매장 인테리어 자체도 보는 재미가 있다. 뉴욕의 유명 건축디자이너그룹 ‘212박스’가 디자인했으며 구두가 진열되는 공간 배경을 황동 소재의 핸드메이드 타일로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타일 안에는 한글을 포함한 다양한 언어를 마치 암호처럼 새겨 넣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곡선 벽면은 디자인팀이 우리나라 전통 부채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이다.
이 매장에서는 여성 슈즈와 남성 슈즈, 핸드백 컬렉션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여성 슈즈는 매끄럽고 심플한 클래식 라인과 퍼, 레이스, 스터드 장식 등으로 꾸민 패션 라인으로 나뉜다. 록스타가 즐겨 사용하는 스파이크 장식을 달거나 벨벳 새틴 등 고급 소재로 만든 남성 슈즈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성 슈즈 중에선 블랙 란제리에서 모티브를 따온 플랫폼슈즈와 가수 서인영이 매장 방문 직후 단번에 구입해 갔다는 북슬북슬한 여우털 클러치백이 인상적이었다. 크리스티앙 루부탱 본사가 있는 파리 1구의 주소가 적힌 종이쪽지와 멋진 오트쿠튀르 드레스를 만들 때 사용했을 법한 깃털, 실밥 등이 투명한 비닐 커버 안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디자인의 숄더백에서는 크리스티앙 루부탱 특유의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졌다.
해외 유명인 가운데서는 니콜 키드먼, 케이트 윈즐릿, 귀네스 팰트로, 케이트 블란쳇, 빅토리아 베컴 등이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추종자로 알려져 있다. 인기 제품 상당수가 굽 높이가 12cm 이상인 ‘킬 힐’인데도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공연 중 이 브랜드의 구두를 즐겨 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놀로 블라닉, 지미 추에 이어 크리스티앙 루부탱까지 이른바 ‘3대 럭셔리 구두 브랜드’가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에 집결하면서 결혼식 날 발끝을 빛나게 해줄 웨딩슈즈를 찾기 위해 이 매장들을 찾는 예비 신부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고 매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