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孫丑(공손추)·하’ 제13장의 마지막이다. 맹자가 제나라를 떠나 길에 오르자 제자 充虞(충우)는 맹자가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제가 선생님께 듣기를, 군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태도는 그것과 다른 듯합니다”라고 물었다. 하지만 맹자는 군자의 태도를 어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맹자는 당시가 500년마다 王者가 일어난다는 그 주기를 이미 지나쳤고, 시대 조건상 王者가 일어날 시기이거늘 王者가 흥기하지 못하고 있기에 우려했다. 그리고 하늘이 자신으로 하여금 제나라에서 뜻을 펴지 못하게 한 것은 하늘이 천하를 잘 다스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平治는 잘 다스린다는 뜻이다. 如∼는 ‘만일 ∼이라면’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當今之世는 ‘지금 세상을 당하여’로 풀이하는데 ‘지금 세상에서’라는 뜻이다. 舍我는 ‘나를 버리고’로, 이때의 舍는 버릴 捨(사)와 같다. 吾何爲不豫哉는 반어법의 표현이다. ‘내가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이니 결국 ‘나는 당연히 기뻐한다’는 뜻이다.
맹자는 500년 주기의 왕도정치가 일어날 때 그 정치를 보좌하는 인물인 名世者가 되기를 자임한 것이다. 이것은 공자가 곤궁에 처해서도 문화의 담당자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것과 같다. 광(匡) 땅 사람이 공자를 붙잡아서 고통을 주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주나라의 문왕은 이미 돌아가셨으나 문왕이 만든 문화는 내 몸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늘이 문화를 멸망시키고자 한다면 후세에 살고 있는 내가 이 문화에 간여할 수가 없다. 내가 이 문화에 간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이 문화를 멸망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를 광 땅의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으랴.”
공자와 맹자는 인간 역사를 조망하면서 자기 자신의 책임을 크게 자각하고 또 크게 자신했다. 공자와 맹자 모두 세상을 바꿀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다. 실은 壯大(장대)한 뜻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런 자신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소인배가 이런 자신감을 지닌다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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