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청정원료 찾아라” 바다밑-밀림까지 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 친환경 무공해 화장품 경쟁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 구제역 등 잇단 재난이 국내 화장품 업계의 원료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화장품에 쓰이는 원료가 방사능이나 각종 질병의 원인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원료를 얻기 위해 ‘청정 이미지’를 가진 곳이라면 깊은 바닷속은 물론이고 남극과 아프리카 정글 등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오지(奧地)까지 찾아 나서고 있다.

○ 바다로 간 화장품회사들


한국화장품의 로드숍 브랜드 ‘더샘’은 최근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바다달팽이 ‘군소’의 추출물이 들어간 크림을 내놓았다. 과거 식용으로 활용하던 군소를 화장품 원료로 쓰게 된 것은 일반 달팽이보다 20% 이상 탁월한 피부재생 효과 때문. 이 회사가 올여름 선보인 해양성 콜라겐 크림은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더샘 관계자는 “돼지 콜라겐을 원료로 한 제품이 구제역 사태 이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해양성 콜라겐을 담은 크림을 내놓게 됐다”며 “예상 밖의 인기에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구 생물의 80%가 살고 있는 바다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성분을 채취할 수 있는 자원의 보고(寶庫)다. 무엇보다 자체 정화능력이 뛰어나 뭍에 비해 오염이 적다는 점에서 화장품 업계가 너도나도 ‘마린 뷰티’(바다 화장품)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바다와 맞닿은 전남, 경북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해조류 추출물 산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해 앞으로 해양성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얼굴의 보약’으로 각광받는 해양성 원료는 주로 해조류나 해양생물 추출물, 해양심층수 등이다. 특히 지금까지 마시는 것으로 인식돼온 해양심층수는 바르는 화장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해양심층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해조류가 광합성을 거의 하지 않아 무기 영양염류와 미네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대장균이나 유해 미생물이 없어 화장품 원료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 오지에서 보물을 찾는다


LG생활건강은 올해 5월 극지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남극의 생물자원, 특히 해양 미생물, 이끼류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물체 연구에 나섰다. 화장품 업계의 마지막 숙제로 꼽히는 피부 노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천구 LG생활건강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극지 생물은 강한 자외선, 심한 기온변화도 견딜 만큼 생명력이 강해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성분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남극이나 아프리카 밀림, 시베리아도 화장품회사에는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극서, 극한의 기후와 상관없이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곳의 동식물은 환경오염과 거리가 먼 청정 지역에서 자라고 있어 차세대 화장품 원료로 주목받는다. 아프리카의 모로코 서남부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아르간 나무 열매나 시베리아 툰드라 자작나무 수액을 먹고 자라는 차가버섯, 브라질 열대 밀림에서 자라는 무루무루 나무의 씨앗도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청정 지역을 찾아나서는 이유에 대해 “자연재해나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유기농이나 친환경으로는 이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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