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직장 에피소드 입가엔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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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동명 드라마의 여주인공 김현숙 씨가 같은 배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CJ E&M 제공
동명 드라마의 여주인공 김현숙 씨가 같은 배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CJ E&M 제공
판타지적 요소를 빼고 현실의 리얼함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다큐드라마’를 표방해 벌써 9시즌째를 맞고 있는 케이블방송 인기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드라마 속 영애 역의 김현숙 씨를 그대로 기용한 뮤지컬 버전은 반대로 동화 같은 무대, 해피 엔딩 같은 판타지적 요소로 드라마와의 차별을 꾀했다.

극의 재미를 주는 것은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과 직장 생활의 소소한 애환을 가사로 잘 표현한 뮤지컬 넘버들이다. 야근, 회의, 사내커플 등 직장 생활의 요소들을 소재로 한 웃음 코드가 폭소 대신 공감의 미소를 자아내는 것도 강점이다.

막이 오르면 중앙엔 리본을 맨 거대한 선물상자가 있다. 상자를 열면 그 안에 영애 씨가 다니는 사무실이 펼쳐진다. 주인공 영애는 간판 디자인 회사 ‘아름다운 사람들’의 7년 차 직장인. 그는 뚱뚱한 몸에 전혀 예쁘지 않은 얼굴 때문에 사무실에서 놀림감이지만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고 커피 심부름과 청소 같은 궂은일도 혼자 다한다. 그러던 영애가 경쟁업체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유출한 범인으로 의심받고 회사를 그만두자 동료들은 그의 진가를 뒤늦게 알아차린다.

‘말 많은 사장님의 잔소리 반복재생, 돌고 도는 얘기 결론 없는 회의’라며 회의문화를 꼬집거나 ‘오 야근 정말 하기 싫어요, 야근하면 수명이 줄어, 퇴근해서 오래 살고 싶어’라고 야근문화를 비판하는 극 중 노래 가사에 관객은 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현했다.

김현숙 씨는 가창력은 아쉬웠지만 영애 역에 딱 맞는 이미지로 호응을 끌어냈다. 꽃미남 신입사원 원준 역의 최원준 씨는 드라마에서처럼 여전히 순하고 착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여성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직장 내 로맨스를 지나치게 통속적으로 묘사한 점은 아쉽다.

공연의 묘미를 가장 잘 살려낸 이는 박 과장과 경쟁사 사장의 1인 2역을 연기한 임기홍 씨다. 무대 가운데 가림막을 넘나들며 기가 막힌 캐릭터 변신 연기를 보여줬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박 과장 역으로 개그맨 박성광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내년 1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4만∼6만 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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