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 수천여 인물, 크게 보니 표정이 생생”

리움 ‘조선화원대전’ 모니터로 10배까지 확대해 봐 인기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 관람객들. 19세기 ‘동가반차도’ 앞에서 ‘고서화 이미지 탐색 시스템’을 활용해 원작의 이미지를 확대한 후 비교 감상하고 있다. 리움 제공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와 ‘동가반차도(動駕班次圖)’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화면 속에 등장인물이 빼곡하다. 관객들은 그림을 보고는 모니터 위에 손을 옮겨놓는다. 손가락으로 프레임을 좁혔다 넓혔다 하면 그림의 원하는 부분이 확대된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사람의 몸짓 하나하나가 모두 다 달라요. 표정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아, 여기 사람들은 얼굴 윤곽선만 있고 눈코입이 없네요.” “아니 이렇게 확대를 해도 화면이 ‘깨지지’ 않네요. 정말 선명해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화원대전’(내년 1월 29일까지)이 인기다. 리움이 5년 만에 마련한 고미술 특별전인 데다 김명국 김두량 신한평 김홍도 김득신 이명기 변상벽 장승업 등 조선시대 최고 화원들의 명품이 다수 출품됐기 때문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유가 또 있다. ‘고서화 이미지 탐색 시스템’이다. 원작을 확대해 구석구석 생생하게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10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정조의 1795년 화성 행차 모습을 그린 ‘화성능행도(華城陵幸圖)’ 가운데 ‘환어행렬도’, 19세기 후반 고종의 궁궐 밖 행차 모습을 그린 ‘동가반차도’, 김두량의 ‘사계산수도(四季山水圖)’ 같은 대작 옆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환어행렬도’는 정조와 혜경궁 홍씨가 화성 행차를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린 것. 정조의 화성 행차에는 6000여 명의 인원과 1400여 필의 말이 동원됐다. 이 대규모 행렬을 지그재그로 배치해 그 전모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표현했다. 작가의 아이디어와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56.5×65.3cm의 대작이지만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그 하나하나를 작게 그릴 수밖에 없었고 감상자도 제대로 들여다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고서화 이미지 탐색 시스템’을 활용하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어가 행렬을 구경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남녀노소와 엿장수 소년까지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떤 사진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이 시스템의 매력이다. ‘사계산수도’의 경우 건물 난간의 붉은 색상과 붓터치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스템에는 갤럭시탭과 고해상도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모니터를 활용했다. 삼성문화재단의 박민선 홍보팀장은 “갤럭시탭과 PC를 무선으로 연결해 갤럭시탭에서 줌인, 줌아웃으로 범위를 지정한 뒤 PC에 저장된 고해상도 이미지를 활용해 모니터로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바로 옆에 이미지 탐색 시스템을 설치해 고화질의 확대 이미지를 원작과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번 전시가 국내에선 처음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