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지구 반대편 브라질 남동부의 작은 도시 벨로 호리존테에는 ‘Manhwa(만화)’의 깃발이 나부꼈다.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7회 국제만화페스티벌(FIQ) 한국특별전. 우리 만화의 원화와 단행본이 전시됐고 카툰마켓도 열렸다. 브라질 작가 바스콘셀루스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원작으로 한 이희재 작가의 동명 만화도 원작의 고향을 방문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이 물살을 타고 있다. 출발은 ‘만가(일본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었지만 이제 ‘만가’와 차별되는 ‘만화’의 정체성을 찾고 이를 해외 팬들에게 알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출발점은 ‘과거’다. 지난해부터 고양문화재단 주최 국제만화예술축제를 제작하고 있는 아르떼피아는 내년 상반기에 한국 만화 특별전 ‘진경, 조선을 그리다’를 연다. 조선시대부터 근대 여명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담은 역사 만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철주 아르떼피아 대표는 “백성민 작가의 ‘광대의 노래’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의 삶과 산하를 그린 원화를 전시해 한국 만화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이라며 “중국 그림 베끼기 관행을 타파한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에 착안해 만가로부터 독립하는 만화의 모습을 그려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시 이후에는 2013년부터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펼칠 예정이다.
만화 정체성 알리기의 또 다른 축은 ‘미래’다. 스마툰(smart+cartoon·스마트폰과 스마트TV로 보는 만화)과 웹툰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달한 한국의 특성을 최대한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김병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201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한국 특별전 유치를 추진하면서 스마툰과 웹툰을 전략적으로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앙굴렘 페스티벌은 2003년 한국 특별전이 열려 한국 만화의 유럽 진출을 알렸던 축제. 김 원장은 “태블릿PC와 스마트TV 등을 이용한 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일 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웹툰은 일본이나 그 밖의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장르”라며 “출판 만화와 달리 신변잡기부터 취미까지 다양한 소재에 수시 업데이트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만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서구에는 동아시아 만화의 작법이 ‘만가’로 뭉뚱그려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 전시와 웹툰, 앱툰(애플리케이션 형태의 만화) 등을 통해 한국 만화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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