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다음으로 여자들에게 중요한 소비재는 화장품이다. 하지만 백화점에 걸린 블라우스 한 장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 기를 죽이는 것처럼 요즘은 화장품도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웬만한 옷보다 비싼 화장품까지 있으니 말이다.
보통 화장품과는 성분과 기능에서 격을 달리한다는 초고가 화장품군에서 스위스퍼펙션을 빼놓을 수 없다. 15mL짜리 크림 하나에 30만 원을 육박하는 이 브랜드는 스위스에서 칼, 시계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제품명에 ‘스위스’를 넣을 수 있는 회사다.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 모델로 활동하는 여배우들이 숨겨놓고 쓴다고 할 정도다. 연예인이나 부유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스위스퍼펙션의 그레거 마틀리 회장과 모니카 코라코브스카 최고경영자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동아일보 위크엔드3.0이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스위스퍼펙션 플래그십 스토어 라 부티크 블루에서 이들을 만났다.
“보통 VIP 소비자는 신제품 사용에서 보수적이지만 한국의 소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할 정도로 도전적입니다.”
마틀리 회장은 지난해 초 부친인 아민 마틀리 창업주에 이어 스위스퍼펙션을 이끌고 있다. 그는 매년 한두 번씩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아시아 시장의 바로미터로 한국 시장을 꼽는다. 그는 “매번 방문할 때마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한국의 성장 속도만큼이나 고급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퍼펙션은 1970, 80년대 프랑스 화장품이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을 휩쓸던 시절 스위스의 자존심을 걸고 나온 브랜드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정제한 자연수와 스위스의 피부과학 기술을 접목해 ‘피부재생’이라는 기능성을 내세워 세계 화장품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이 브랜드는 다른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과는 달리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마틀리 회장은 “스타 마케팅은 화장품 회사의 핵심인 제품 경쟁력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 환경이나 문화 관련 사회공헌활동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퍼펙션의 제품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생명 연장’이다. 화장품보다는 제약에 더 잘 어울리는 듯한 이 홍보문구에 대해 마틀리 회장은 “수명을 늘릴 순 없으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며 나이 듦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퍼펙션은 전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VIP 마케팅의 교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코라코브스카 대표는 “한국에서도 스위스퍼펙션 스파가 위치한 호텔과 백화점 내에서 고객만을 위한 전용 출구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고객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스위스퍼펙션 스파는 연간 회원권이 30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 스파 상품 가운데 초고가다.
국내 주요 기업인 가운데 스위스퍼펙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전용 제품군을 내놓을 계획이 없는지에 대해 마틀리 회장은 “각각의 피부 타입에 맞는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남성만을 위한 제품을 따로 선보일 계획은 없다”며 “그 대신 면도 후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셀룰라 수딩 훼이셜 로션’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