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작가 공지영 씨, 성범죄 양형위 참석해 솜방망이 처벌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대학생때 공사장에 끌려가 성폭행 당할뻔,성인인 나도 큰 충격 받았는데 장애아라면…”

29일 서울중앙지법 대강당에서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소설가 공지영 씨는 “성범죄는 살인보다 더 삶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9일 서울중앙지법 대강당에서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소설가 공지영 씨는 “성범죄는 살인보다 더 삶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학 2학년이던 스무 살 겨울 저녁 미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40대 중반의 남성에게 공사장으로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도망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이 남성은 ‘시키는 대로 해라’며 위협했고 너무도 놀란 나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그 뒤로 얼마 동안은 밤길을 혼자 다니지 못했습니다. 성인인 저도 그 정도로 영향을 받는데 어린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살인보다 과연 덜한 문제일까요?”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한 소설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 씨는 이런 의문을 토대로 도가니를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 씨는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 씨는 “(가벼운 형량은) 남녀 간 성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법관 자리가 오래도록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점에서 비롯된 측면도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 씨를 비롯해 박영식 변호사,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양형의 주요 요소로 다뤄지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서울고법 최유정 판사(41·여·사법시험 37회)는 “피해자가 당당히 합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 대한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9일 특수성이 있는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별도의 범죄유형으로 두고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성범죄 양형의 세 종류인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강제추행(13세 이상 대상)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 외에 △장애인 대상 성범죄가 추가된다. 양형위는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의 권고형량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어느 선까지 올릴지는 이날 진행된 토론회 내용과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확정하기로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