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음악은 어떤 병을 어떻게 치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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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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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신경 신호전달 관여… 재활의학 활용

《 음악을 통해 정서불안을 치유하는 ‘음악치료’가 한국에서도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음악으로 마음이나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한가. 어떤 질환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ID: xhbu****)》
음악치료라고 하면 흔히들 음악 감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실제 음악치료는 수동적인 음악 감상을 포함해 연주와 합창, 작곡 등과 같은 음악 활동을 위주로 진행한다. 음악 활동을 함께하게 되면 개인이 가진 문제와 부적절한 행동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이때 음악치료사는 문제점을 정확히 잡아낸 뒤 의미 있는 음악 경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음악은 사람의 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리듬은 운동신경 신호 전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그래서 춤이나 행진, 피겨스케이팅 같은 기교적인 동작을 처리하는 데에는 음악이 꼭 필요하다. 이러한 원리를 치료에 적용한 신경재활음악치료 연구는 의료계에도 많이 소개돼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재활의학병동에서 일하는 음악치료사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대뇌손상으로 인한 언어치료에도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뇌가 손상돼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것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음악에 관한 뇌 활동은 논리를 관할하는 좌반구와 직관을 관장하는 우반구를 적절히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손상된 언어 담당 부위의 기능 회복을 돕는 것이다.

음악을 깊이 감상할 때에는 ‘대뇌 보상쾌락시스템’에서 엔도르핀이 생성된다. 음악의 의학적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음악 감상을 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줄어들고 인터루킨 같은 면역호르몬은 증가한다. 음악에 적극적인 심상(心象)훈련을 더하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특정한 사건과 연상된 음악을 다시 들을 때에는 당시의 기억만이 아니라 감정까지도 쉽게 따라온다. 음악은 감정을 표출하고, 구체화시키는 유용한 도구다. 연주로도 가능하지만 노래가 더 효과적이다. 내면의 감정을 소리진동을 통해 배출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한숨소리, 웃음소리, 울음소리, 혹은 비명소리를 내며 감정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같은 사회음악시스템이 음악이 가진 넓은 효과를 일반화해 활용하는 것이라면 음악치료는 특정인의 문제점과 개선 목표 등을 설정해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다르다. 스트레스와 정서불안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자폐증, 노인의 치매와 같은 질병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방식이 있다. 최근에는 기업체에서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단체로 음악치료를 활용한다.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
음악치료사는 인지적 혹은 신경학적 방식 등 다양한 접근 경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또 음악치료를 적용한 뒤에는 치료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치료를 마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는 주관적일 수 있는 음악의 효과를 객관화·과학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증거에 기초한 치료(Evidence Based Therapy)’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렇듯 음악은 신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좋은 감정을 일으키며, 개인과 집단이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회가 각박해도 음악과 함께한다면 좀 더 지혜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최병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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