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로 활동의 폭을 넓힌 음악가 KoN은 올해 창작 뮤지컬 ‘모비딕’에서 바이올린을 기타처럼 연주하기도 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페임’. 클래식을 전공하는 슐로모 역의 배우가 마지막에 전자바이올린을 들고 신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가 뮤지컬 ‘모비딕’에서 작살잡이 퀴퀘그로 출연했던 바이올리니스트 KoN(본명 이일근·33)이라는 사실을. 모비딕 이후 그가 연기자로 한 걸음 더 발전한 것이다.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도전과 열정을 다룬 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KoN이 연기하는 슐로모 메첸바움은 음악가 집안에서 클래식 음악을 배웠지만 밴드 음악을 원해 이에 도전하는 ‘모범생 출신 반항아’다.
정식 데뷔작인 모비딕에서 그는 무뚝뚝한 작살잡이 퀴퀘그로 나와 대사는 거의 없었지만 눈빛과 화려한 바이올린 연주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공연장에서 최근 만난 KoN은 “슐로모가 퀴퀘그보다 내 본래 모습에 훨씬 가깝다”고 말했다. 모비딕을 통해 갑작스레 공연계에 모습을 드러낸 그도 슐로모처럼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음악인. 그러나 한길을 파기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찾아 폭넓은 시도를 많이 했다.
서울예고 졸업 뒤 음악을 그만두고 대학에서 2년 남짓 컴퓨터를 전공했다. 다시 음악으로 마음을 돌려 2000년에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엔 공연계를 기웃거리며 소극장 뮤지컬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는 집시 음악에 관심을 뒀다. “집시 음악은 길거리 음악이라 즉흥성이 강하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죠. 기본은 흥겨운 춤곡인데 그 안에 짠한 슬픈 느낌이 스며 있어 우리 정서와도 비슷해요.”
해외 음악가들과 페이스북, 유튜브로 교류하면서 실력을 쌓아 지난해 1월엔 자신이 창작하고 편곡한 다섯 곡을 담은 앨범 ‘누에보 집시’를 발표했다. 예명(KoN)은 그때 지었다. 음반 시장이 큰 일본에서 그의 음악이 먼저 화제가 돼 지금까지 일본 공연만 수십 차례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아사히 TV 프로그램 ‘제목 없는 음악회’에 내년에 가장 기대되는 연주자 3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됐다. 내년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2집 앨범을 낼 계획. 모비딕 출연은 예고 후배로 이 뮤지컬 작사·작곡자였던 정예경 씨의 권유로 오디션을 본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오디션을 권유받은 여러 작품 중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으로 페임을 선택했다.
“뮤지컬 무대는 연주회 무대하고는 달라요. 내가 아니라 극중 역할로 무대에 서야 하니까요. 아직 배우보다는 연주자에 가깝지만 언젠가는 악기 없이 연기로도 충분히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노래도 수준급인 이 재주꾼은 187cm의 훤칠한 키에 외모까지 곱상하다. ‘페임’은 내년 1월 29일까지 공연한다. 6만6000∼11만 원. 1588-521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