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동아 신춘문예 응모작 7047편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20대들의 ‘낯선 詩’ 많아 신선
돌파구 찾는 40,50대 소설 늘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을 읽어 보고 있는 예심 위원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행숙 시인, 윤성희 편혜영 소설가,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전성태 소설가, 손택수 시인, 한유주 소설가, 김수이 평론가, 하성란 박형서 소설가, 정윤수 영화감독.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을 읽어 보고 있는 예심 위원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행숙 시인, 윤성희 편혜영 소설가,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전성태 소설가, 손택수 시인, 한유주 소설가, 김수이 평론가, 하성란 박형서 소설가, 정윤수 영화감독.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대는 시를 쓰고 40, 50대는 소설을 쓴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의 특징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됐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응모자는 지난해보다 79명 줄어든 2426명. 분야별 응모 편수는 중편소설 273편, 단편소설 606편, 시 5017편(900명), 시조 592편(109명), 희곡 121편, 동화 273편, 시나리오 135편, 문학평론 5편, 영화평론 25편이었다. 지난해 응모작과 비교하면 시조가 102편, 시나리오가 40편 늘어났고 영화평론은 41편 줄었다.》
올해도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몽골 필리핀 등 해외 각국에서 응모작이 이어졌다. 예심에는 시인 김행숙 손택수 씨(시 부문), 평론가 김수이 씨와 소설가 하성란 전성태 씨(중편소설 부문), 소설가 편혜영 윤성희 박형서 한유주 씨(단편소설 부문), 정윤수 영화감독과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시나리오 부문)가 참여했다.

소설부문에서는 중·단편 모두 다양하고 소소한 일상을 수필처럼 그린 응모작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동안 신춘문예에 자주 등장하던 인터넷 공간, 가족 이야기, 노골적 성 묘사, 살인과 같은 잔인한 소재는 줄었다. 단편소설 심사를 맡은 편혜영 소설가는 “딱히 올해의 경향으로 꼽을 만한 일관된 소재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새로워 보인다”며 “그동안 신춘문예 응모작들이 주로 추구하던 완고한 문장에서 벗어나 경쾌하고 발랄한 글쓰기를 시도한 것도 반가웠다”고 평했다.

40, 50대 중장년층 응모자가 주류를 이룬 것도 특징이다. 중편소설을 심사한 김수이 평론가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여전히 삶이 힘겹다고 느끼는 386세대가 하나의 돌파구로 소설을 택한 것 같다”면서 “욕망이 서사를 압도해 소설이라기보다는 자기 삶에 대한 토로나 하소연 같은 느낌도 든다”고 평했다. 한유주 소설가는 “6·25전쟁을 소재로 한 76세 응모자와 학교 이야기를 쓴 11세 응모자가 대비됐는데 둘 다 원고지에 육필로 소설을 써서 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 부문에서는 알츠하이머를 비롯해 정신질환 계통의 병명이나 희귀병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김행숙 시인은 “골치 아픈 세상을 반영한 듯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소설과는 반대로 예년에 비해 20대 응모자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손택수 시인은 “전반적으로 시들이 젊고, ‘신춘문예 정답지’ 같은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낯선 작품이 많아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시나리오 부문도 응모작의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졌다. 사극을 통해 당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결혼 이후의 남녀관계, 30대 중반 여성들의 고민, 노인을 소재로 한 작품이 상당수였다. 작품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사랑을 주제로 한 시나리오를 쓴 80세 응모자도 있었다.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는 “지난해 참혹한 소재와 음울한 분위기의 시나리오가 많았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어두운 현실을 밝게 봉합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참신한 구성과 탄탄한 완성도를 지닌 수작이 적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중장년층의 작품이 많아져서 그런지 젊고 신선한 구성보다는 올드하고 판에 박힌 구성 방식이 많았다”(윤성희 소설가), “실험적인 스타일을 시도한 것은 좋으나 정작 내용이 빈약한 소설도 적지 않았다”(한유주 소설가),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보다는 자기 안에 갇힌 자기위안적 작품이 많았다”(김수이 평론가)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6편, 단편소설 12편, 시 16명, 시나리오 13편이 19, 20일 열리는 본심에 올라갔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를 통해 발표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