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분재라 하면 소나무나 은행나무 같은 것만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분재의 소재는 그보다 더 다양합니다. 풀 종류(초본식물)뿐 아니라 고무나무 같은 열대산 관엽식물도 분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엔 아프리카산 바오밥나무를 분재로 가꿔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거목처럼 만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원예용 식물을 벗어나, 우리에게 ‘다른 용도’로 친숙한 식물들을 분재로 가꿀 수도 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들깨를 분재로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잎의 지름이 커봐야 골프공만 하더군요. 잎을 떼어 먹어 보니 식당에서 주는 깻잎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주변의 식물로 분재를 만들 때는 몇 가지 요령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첫째,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은 화분을 사용하세요. 식물은 뿌리의 크기만큼 키가 큽니다. 뿌리가 자라지 못하면 키가 크지 못하지요. 전문가들은 분재 소재의 직근(가장 굵고 곧은 뿌리)을 잘라내기도 합니다.
둘째, 흙이 중요합니다. 영양분이 많지 않은 흙을 사용하세요. 이것이 분재 전문가들이 마사토를 애용하는 이유입니다. 마사토는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흙(실제로는 자갈에 가까움)으로 유기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물 빠짐과 통기성이 좋지만, 보수성(물을 머금는 성질)이 떨어지는 게 흠이지요. 이때문에 물이 잘 말라 작은 화분에서는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사토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면서 보수성 측면을 개선한 인공토양을 씁니다.(제가 특정 브랜드 이름밖에 몰라 기사에 쓰기가 좀 곤란합니다. 직접 e메일을 주시면 상표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영양분이 모자라 식물의 잎이 노랗게 될 때는 분재용 유박이나 알갱이 비료(비료 성분이 천천히 녹아 나오도록 코팅 처리)를 흙 위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셋째, 가지치기를 잘해 주시면 작은 나무를 노거수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목본류 식물뿐 아니라 들깨 같은 초본류도 똑같습니다. 우선 가운데 굵은 가지를 자르세요. 그러면 식물의 키 크기에 이용될 양분이 부피 성장에 쓰이게 됩니다. 그리고 가지를 자른 부분에서는 새 가지가 Y자 모양으로 돋아나지요. 다른 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절단면에서 새 가지가 나오는 것을 이용하면 쉽게 노거수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원예에서도 통용됩니다. 이것이 분재가 널리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제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귀엽고 작은 분재를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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