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유학 생활을 미국 플로리다에서 했다. 플로리다는 삼면이 바다라 낚시하기 좋았다. 낯선 현지 생활과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유학생에게 낚시는 아주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필자의 차 트렁크엔 언제나 낚싯대는 물론이고 미끼를 담은 통까지 준비돼 있었다. 실험 결과가 시원치 않거나 연구가 막힐 때면 밤낮 가리지 않고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바닷가로 가 낚시를 하곤 했다.
당시 잘 잡히는 물고기 중에 캣피시(catfish)라는 놈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메기와 같은 어종인데 미국 사람들은 캣피시가 잡히면 투덜거리며 그냥 도로 놔 주었다. 그래서 저놈은 먹는 고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도 그놈이 잡히면 그냥 놓아 주었다.
그러다 하루는 마트에 갔다. 거기에선 포를 뜬 캣피시를 팔고 있었다. 이상했다. 분명히 낚시할 땐 그냥 놓아 주는 걸 보았는데, 버젓이 마트에서 팔리는 저놈은 대체 뭘까. 다음 날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 실험실 연구원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는 씩 웃더니 설명을 해줬다. “바다에 사는 캣피시는 보통 물 밑에 쌓인 썩은 찌꺼기를 먹고 살아 고약한 냄새가 나서 사람들이 먹지 않아요.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캣피시는 양식장에서 좋은 사료를 먹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며칠 전 수업시간에서 배웠던 말이 생각났다. ‘We are what we eat.’ 식품영양학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이 말은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다’란 뜻이다. 우리의 신체는 먹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고, 궁극적으론 신체 건강까지 식생활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종의 물고기라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품질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이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
미국 생활에서 부러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에선 꽤 비싼 쇠고기를 싼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트에 가 부위별로 포장된 쇠고기를 싼 가격에 사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 고된 미국 생활 가운데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마트가 아닌 고기만 파는 전문점에 간 적이 있었다. 가격을 본 뒤 깜짝 놀랐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랬다. 전문점에서 파는 쇠고기는 곡창지대에서 나는 좋은 사료로 사육한 고품질 소의 고기라 가격도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소 품종도 중요하지만, 쇠고기 역시 좋은 사료로 사육한 소의 육질이 훨씬 좋다는 설명이었다.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그리고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니까 말이다. 열량이 높은 음식은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병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이런 이유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선 국민의료 서비스 정책의 주안점이 병든 사람을 치료해 주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의 정책은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병을 예방하는 것과 국민의 의식을 계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강할 때 별생각 없이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결국 그 음식이 우리의 건강을 좌우한다. 건강한 식생활이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공급하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적당하게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We are what we eat’이란 말을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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