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잊을 수 없는 ‘그날’]<1>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의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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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아프니까 청춘이다’ 베스트셀러 첫 1위
10분 →1분 → 1초 간격 SNS 도배… “오,터졌구나”

《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주간순위 1위에 오르며 독주를 시작한 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오인혜가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인터넷 검색어 1위를 휩쓴 날, 프랑스군에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던 날, 폭우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 공연이 취소된 날…, 올 한 해 문화계에도 잊을 수 없는 날, 결정적인 날들이 있었다. 올 한 해 문화계가 기억할 하루를 보낸 주인공들을 찾아 그들의 ‘그날’을 전한다. 》
책의 가제는 ‘젊은 그대들에게’였다. 하지만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는 책 제목을 정할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강하게 주장했다. 막상 뚜껑을 여니 청춘들이 청춘이라는 말에 열광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책의 가제는 ‘젊은 그대들에게’였다. 하지만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는 책 제목을 정할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강하게 주장했다. 막상 뚜껑을 여니 청춘들이 청춘이라는 말에 열광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초마다 서너 건 이상 관련 글이 올라왔다. 책 속의 문구를 정리해 올린 글도, 감동을 받아 울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읽었는데, 고개를 들어 보니 이 칸에서 독서하던 다섯 명 모두 이 책을 들고 있었다’는 글을 보고는 확신이 왔다. 아, 이 책, 정말 되겠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는 1월 13일 교보문고 주간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10년 12월 24일 출간했으니 단 3주 만에 이룬 성과다.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48)는 처음 1위에 오른 그날을 잊지 못한다.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검색어로 소셜미디어를 검색했어요. 처음엔 한 시간 간격으로 새 글이 등장하더니, 언젠가부터 20분, 10분, 1분 간격으로 올라왔죠. 이날은 정말 1초 단위로 막 새 글이 올라오는데, 제 마음도 두근두근했어요. 그리고 연락을 받았죠. 1위를 했다는.”

출간 이후 이 책의 판매량 추이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쌤앤파커스 내부에선 ‘1위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다림이 이어져 왔던 게 사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확실히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는 소식에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박 대표와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축하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박 대표와 전 직원은 이날 저녁 ‘꽃등심 회식’을 하며 서로의 수고를 격려했다.

이 책의 성공 뒤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전략이 숨어 있었다. 박 대표는 “책이 나온 직후인 12월 27일부터 10일 동안은 트위터에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불안하니까, 막막하니까, 흔들리니까, 외로우니까, 그러니까 청춘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뛰는 청춘이라는 사실을’ 등 젊은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짧은 문구들을 골라 15개의 샘플을 만든 후 트위터를 통해 집중 홍보했다. 4, 5일 후부터 이 문구들을 리트윗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뜨거운 반응은 8월까지 이어졌다.

최근 젊은이들의 불안한 상황과 심리를 교묘하게 포착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은 박 대표가 오랫동안 준비한 기획물이었다. 몇 해 전 그의 머릿속에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문구가 갑자기 떠올랐다고 한다.

“뒤돌아보니 20대 때엔 모든 게 생경했고,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했으며, 작은 상처에도 아파했어요. 열병 같은 사랑에도 힘들어했고요. 불안하니까 그만큼 소소한 일마저 삶의 무게로 다가왔죠. ‘아프니까 청춘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청춘에게 조언하는 글을 묶어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김난도 교수도 그렇게 만났다. 그가 쓴 '슬럼프'라는 글이 주제와 적합했기 때문이다. 이후 김 교수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고 그가 쓴 글들을 보고는 책 전체를 그에게 맡겼다. 훈계가 아닌 형의 따뜻한 조언 같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2년을 기다린 끝에 2010년 10월 최종 원고를 넘겨받았다.

“처음엔 20대를 대상으로 50만 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세 배 이상 뛰어넘었죠. ‘청춘’을 앞둔 10대와 여전히 ‘청춘’의 정체성을 가진 30대까지 흡수했기 때문이죠. 제목이나 마케팅도 주효했겠지만, 책 자체가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열풍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16일 현재 153만 부가 팔리며 확고한 올해 베스트셀러 1위를 굳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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