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06>民之爲道也가 有恒産者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등문공·상’ 제3장의 이 말과 이 말의 뒤에 이어지는 말은 모두 이미 ‘양혜왕·상’에서 맹자가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仁政에 대해 논하면서 진술한 말이다.

맹자의 조언에 따라 선왕 定公의 상례를 마친 등나라 세자는 즉위한 후 禮를 갖추어 맹자를 초빙했다. 그 왕이 곧 文公이다. 맹자가 이르러 오자, 등나라 문공은 정치강령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우선 ‘시경’ 빈풍 ‘七月’편을 인용해 農政(농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백성들의 生業(생업)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치의 가장 근본임을 역설하기 위해 일반 백성은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生業을 지녀야만 사람이 누구나 지닌 善心(선심)을 발현하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民之爲道也는 ‘백성의 살아가는 방법으로 말하면’이란 뜻을 나타낸다. 여기서의 道는 생활방식을 뜻한다.

이에 앞서 맹자는 제나라 선왕의 자문에 응하여 發政施仁(발정시인·정치를 펴서 어진 정책을 시행함)의 방법을 力說(역설)할 때, ‘無恒産而有恒心者(무항산이유항심자)는 惟士爲能(유사위능)이어니와 若民則無恒産(약민즉무항산)이면 因無恒心(인무항심)이니라’라고 했다. 맹자는 선비와 백성의 경우를 구별하여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생업이 없으면서도 떳떳한 마음을 지니는 것은 오로지 선비만이 능히 할 수 있다’라고 하고, ‘백성으로 말하면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하여 떳떳한 마음이 없게 된다’라고 말한 것이다.

선비는 학문을 함으로써 義理(의리)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恒産의 有無에 관계없이 恒心을 지닐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백성은 몸의 안전과 가족의 생계에 온 정신을 집중하므로 떳떳한 생업이 없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맹자 당시에는 백성의 생업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농업이었으므로 맹자는 오로지 農政의 중요성을 말했다. 현대에는 생업이 다종다양해졌지만 서민들의 고용 상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늘날의 국가는 서민들이 떳떳한 생업을 가질 수 있도록 고용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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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1-12-20 10:21:23

    소개해주신 김수영시인의 '풀'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그 시인은 정말로 정의를 말할 수 있다는 소감이 듭니다. 연관이 있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야생의 화초를 화분에 담아서 가정집 베란다에 놓지 않고 담 꼭대기에 얹어 놓습니다. 그러면 그 담벼략은 보통이상의 강력한 담이 됩니다. 높은 곳의 화분 역시 추락의 위험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담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담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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