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7일 서울 역삼동 LIG 아트홀에서 열린 '춤.신 프로젝트'는 TV 인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형식을 가져왔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꽤 인지도 있는 7명의 현대 무용가가 등장해 차례로 독무를 췄고 실제로 '나가수'에서 불렸던 7곡이 각각의 독무의 음악으로 사용됐다.
대중적인 프로그램인 '나가수'를 예술을 한다는 현대 무용가들이 대놓고 베낀 이 공연에 대해 어떤 무용인들은 "상상력이 빈곤한 공연"이라고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연엔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현대 무용가들의 고민이 실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공연을 기획한 밝넝쿨 씨는 '나의 춤은 무엇인가' '춤을 대하는 내 마음은 어떤 것인가' '세대를 넘어 함께 만날 수 있는 춤을 추고 있는가' 등 춤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되짚었다.
그 고민의 결과 공연에는 현대무용 공연의 형식들을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춤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무대 위에 의자들을 배치해 작은 원형 무대를 만들어 무용가와 객석의 간격을 좁혀 놓은 것도 관객이 춤에만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공연은 현대 무용가들의 작업이라는 것이 결국 일반인이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것과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보여줬다. 춤을 통해 발산되는 에너지가 무용가의 경우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첫 주자로 나선 비보이 출신 10대 무용가 심재호 군의 독무는 크고 역동적인 몸 선을 주로 구현하면서 부드러움을 곁들였다. 무용단 '류장현과 친구들' 대표인 류장현 씨는 로봇 춤을 연상시키는 춤을 기본으로 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즉석에서 춤에 반영하는 즉흥성이 강한 춤사위를 펼쳤다. 술 취해 구사하는 '취권'을 닮은 밝넝쿨의 춤은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괴했다. 공연의 유일한 50대 무용가인 김선미 창무회 예술 감독의 춤은 내부에 잔뜩 응축시킨 에너지를 느린 동작으로 조금씩 발산시키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나가수'의 형식 때문에 관객이 머릿속으로 '이 무용수 7명 중 1명을 탈락시킨다면 누구일까'하며 무용가들의 우열을 비교했을 것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