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천국 제주]꼭 하늘길로만? 내 차로 떠나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여객선, 고급-대형화로 이용객 급증


제주도는 항공기로만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배로도 얼마든지 오간다. 30년 전 만 해도 목포∼제주를 오가던 여객선은 목선이었다. 지금은 상전벽해다. 40노트(약 시속 74㎞)에 흔들림도 적은 쌍동쾌속선(장흥∼성산)과 각종 이벤트와 밤샘운항으로 지루함을 덜어주는 호화여객선(인천∼제주)을 운항한다.

덕분에 뱃길 제주여행자도 늘고 있다. 10월말 현재 올 승선인원(191만2000명)은 지난 해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제주뱃길 이용객 만족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한 조사 결과 만족도 종합평점이 1년 전에 비해 상반기엔 5점, 하반기엔 2.5점 올랐다. 여객선의 대형화 고급화 추세에 따른 쾌적성, 이용편의성 향상과 이벤트, 라이브공연 등 선내 프로그램의 다양화 덕분이다.

‘버스타고 제주로.’ 몇 년 전 여름휴가철에 등장한 새로운 여행상품이다. 장흥, 목포 출항 여객선으로 제주도를 오가는 가족여행상품이었는데 의외의 인기였다. ‘버스타고 제주로’라는 이름은 버스로 장흥, 목포, 완도에 가서 배를 탄다는 ‘육로+해로’의 상품구성을 칭한 것. 이곳은 서울서 버스로 그저 네 다섯 시간 거리다. 버스가 단순히 승선장까지 수송수단이었다면 그리 호응을 얻을 수 없었을 터이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끈 것은 버스가 여행수단으로 활용되어서다. 강진만과 보성 차밭 등 경유지투어를 통해 버스여행의 지루함도 없애고 국토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환영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도 한 이점이었다. 4명 가족의 여행이라면 차액차가 크다.


○ 올 겨울엔 자동차 싣고 제주 페리여행?

그런데 2, 3년 운영되던 이 상품은 곧 사라졌다. 선사가 여행사에 배표를 제공하지 않아서다. 여객선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개별여행자가 늘게 된 게 배경이다. 자유여행자의 승선권은 제값을 온전히 받는다. 그런 만큼 할인가격의 단체승선권은 전체 승선권에서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제주도 배여행도 제주도를 찾는 새로운 대안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출항지까지의 이동을 여행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차를 배에 실어 제주도여행을 즐기는 이가 늘고 있다. ‘버스타고 제주로’가 ‘제주도 배 여행+내나라 여행’으로 발전한 것이다.

현재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선 항로는 모두 7개(부산 인천 평택 목포 완도 고흥 장흥). 이 중 4개가 전남지역으로 가까운 덕분이다. 가장 빠른 항로는 1시간 50분 만에 닿는 장흥(노력도)∼제주(성산). 7월 취항한 장흥해운의 오렌지1호로 승객 564명과 차량 70대를 싣고 40노트 속도로 운항 중이다. 가장 오랜 항로는 인천∼제주 항로로 13∼15시간이 소요된다.

전남의 4개 항(목포 완도 고흥 장흥)을 운항소요시간(빠르기)으로 나열하면 장흥(한 시간50분), 완도(세 시간), 고흥(네 시간), 목포(네 시간 반) 순. 이 중 목포와 완도는 추자도 경유항로도 운항한다. 고흥은 노력도에서, 장흥은 녹동에서 승선한다. 장흥 고흥∼광주는 선사가 왕복셔틀 서버스도 제공한다.

한 시간의 비행기여행과 13∼15시간의 밤샘 뱃길여행. 후자를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분명하다.

주 3회 인천항로를 운항 중인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를 보자. 오후7시에 인천항을 출발, 제주항에 오전 8시 반 도착한다. 저녁에는 선상 불꽃놀이, 라이브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선상에서 해맞이도 할 수 있다. 이용객 중에는 2박 3일(선내 2박 하루투어 일정)일정의 한라산 등반객이 많다. 한겨울에도 한라산 눈꽃설경 덕분에 이용객이 꾸준하다. 30일부터 새해 1월 1일까지는 선내이벤트가 훨씬 더 다양하다. 31일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불꽃놀이를 하고 난타, 라이브 공연도 본다. 새해 아침에는 해맞이도 하고 새해소망풍선도 날린다.

올겨울에는 내 차를 여객선에 싣고 제주도를 찾아보자. 비행기 여행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여행길에서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 섬은 역시 배로 찾아야 제격 아닐까.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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