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은 때론 요란하게 굽이치고 어느 곳에서는 조용히 흐른다. 하지만 겉이 조용하다 해서 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부딪치면서 굴러 내려간다. 지금 국면도 그렇다. 조용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전보에서 백이 A로 붙여가자 흑이 바로 받지 않고 멀리 B로 받았다. 그 이유는 뭘까. 참고 1도를 살펴보자. 흑이 1로 받으면 백은 2로 끼우는 수를 결행한다. 백 10부터 16까지 선수한 뒤 백 18, 20으로 나와 끊으면 흑이 전멸한다.
결과적으로 흑이 B로 받은 것은 정수. 백은 큰 자리인 C로 젖히면서 많이 따라왔다.
흑 127, 129는 부분적인 맥점이지만 지금은 방향 착오였다. 참고 2도처럼 흑 1, 3으로 젖혀 두는 게 컸다. 양 선수의 자리. 다음에 ‘가’도 큰 끝내기. 백 4가 크긴 하지만, 흑도 마지막 큰 곳인 우상귀를 지키면 흑의 우세.
백은 130부터 138까지 끝내기를 하고 백 140으로 젖힌 것이 컸다. 흑이 먼저 젖힌 것과는 큰 차이. 흑 143으로 다시 받아야 하는 게 아프다. 이어 백 144, 146은 선수가 되는 곳. 하지만 흑 147로 반발해 백 148까지 바꿔치기가 일어나고 있다. 국면이 다시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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