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I love You… “항암치료 12번 끝낸 엄마, 거뜬히 이겨줘 고마워… 사랑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독자들이 보내온 크리스마스의 고백

《 그 유명한 스케치북 고백(러브 액츄얼리)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없어도 좋았습니다.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You complete me)”라는 톰 크루즈의 명대사(제리 맥과이어)같은 세련된 고백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동아일보 주말섹션 ‘O2’에 보내온 ‘크리스마스의 고백’은 누가 더라고 할 것 없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연 중에는 병마와 싸워 이겨냈거나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는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도 있었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에게 꺼내놓은 진심도 있었습니다. 쑥스러움을 떨치고 선생님께 털어놓은 다짐도 있었죠. 누군가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이 때문에 당신의 아름다운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당신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O2’는 이미 약속드린 대로 여러분의 사연들 중 일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분들이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냉 수 있다면 저희 또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사연이 채택되지 못한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1등 홍승연씨
아빠도 간호하느라 고생하셨어요


12월 23일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엄마가 마지막으로 항암 치료를 받으신 날입니다.
주말 섹션을 보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암 선고를 받으신 분도 많던데…. 사연이 구구절절한 그런 분들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엄마의 암 선고는 암 가족력이 없는 저희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지요. 신파극이 될까, 엄마의 마음이 약해질까, 그동안 눈물이 나도 꾹꾹 참았습니다.

하지만 항암제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얼굴이 벗겨지고, 손톱 발톱이 가맣게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아니라 가슴 한가운데가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영차 양평으로 이사 가신 엄마의 엄마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물에 적신 스펀지를 짜내는 것처럼 운 날도 많았어요. 이제 12번의 항암 치료가 끝이 났습니다.

고된 과정을 이겨내신 우리 엄마. 그리고 옆에서 간호하느라 너무나 고생하신 우리 아빠.
올해는 우리 모두 가족에게 정말 메리 크리스마스가 될것 같습니다. 그리새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 부모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힘든 시련 너무나 거뜬히 이겨주셔서 감사합니다.

2등 이영자씨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사랑해요 파더.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왜 슬퍼지는 걸까요.
크리스마스트리에 은방울, 금방울이 달리고 빨간 포인세티아 꽃 장식이 달린 성당에서 캐럴이 울려 퍼지면, 스물한 살의 예쁜 딸 ‘브리짓다’를 만납니다.

그해 겨울, 고해성사가 있던 날, 저는 마지막 차례를 마친 시간이었을 거예요. 브리짓다를 만난 마지막 시간이….
별들은 캄캄한 하늘에서 침묵을 지키며 더 아름답게 빛나고, 고요하게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이었어요.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이기도 하고요. 동짓날이었으니까요. 동지는 고대에서는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라는데 이날 브리짓다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는 하늘나라에서 새해를 맞이하러 떠난 걸까요.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상가 건물에 ‘동지죽 데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봅니다. 동지죽을 먹는 이 세상의 모든 친구들이 ‘브리짓다’를 기억하는 우정의 축제 같아서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동지죽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아이는 국화꽃 속에서 말없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면서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런 이별이 어디 있느냐"고 옹열하는 그들에게 해맑은 웃음으로 보답하는 아이는 참으로 얄미웠어요. (중략)

성탄절 아침, 아이가 떠나고 '삼일 후 미사'를 드리면서 가슴에 조그많고 예쁜 무덤 하나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중 가장 기쁘고 분주한 성탄절, 아기 예수 누우신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따라온 한 천사의 눈망울과 마주칩니다.

사랑해요, 파더. 제가 이렇게 부르기만 해도 당신은 이미 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계십니다. '왜 하필 이렇게 바쁜 일정 속에서, 겨울 나이테의 의미를 기억하고 챙겨주어야 하느냐'고 불평하지 않으시고, 12월의 어느 하루를 스물한 살의 브리짓다를 위해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주심
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즐겁고 기쁜 성탄 되세요!

※ 지금부터 8년전 크리스마스 무렵,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딸아이 장례식 주례를 맡아주신 세 분 신부님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12월의 동짓날, 브리짓다를 위해 미사를 올려주시는 것을 감사드리면서 이글을 씁니다.

2등 김영현 씨
소방관의 삶 뒤엔 내 가족이

그대를 향한 사랑의 고백을 해봅니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함께할 수 있는 이 귀한 시간이 내겐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내 사랑 당신을 만난 지 벌써 14년. 결혼해서 함께한 지도 4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그동안 소중한 아이들(멋진 아들 연우, 예쁜 딸 시연), 사랑하는 소중한 선물들을 만나게 되었죠.^^

누구보다도 남편인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이해해주는 당신의 그 사랑과 배려에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큰 사랑으로 잘 양육해줘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두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매일매일 성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며 두 아이를 정성으로 키우는 당신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늘 고백해도 부족하고 모자란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서 이렇게 고백해 봅니다.
지현 씨,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연우야, 시연아, 사랑하고 축복한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 해 마무리 잘하고, 2012년 새해 더 멋지게 사랑으로 함께하자고요.
3등 황영주씨
제2의 인생 응원해줘 고마워


사랑하는 자기야.

오늘 낮에 지혜가 간식으로 챙겨 달라던 가래떡을 사러 집을 나섰어. 운동도 할 겸 걸었지. 아파트 마당엔 착한겨울이 얼굴을 내밀고 나를 바라보더군, 싱긋 마주 웃어 주면서 내게도 이런 날들이 있구나 싶어 새삼 눈물이 핑 돌았어.

25년 동안 맞벌이 엄마로 살았지. 아이 둘 키우면서 직장을 다닌다는 건 포기할 일들, 미안할 일들, 까칠할 일들이 켜켜이 쌓이는 숨막히는 전쟁과도 같았어.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울고 있을때 자기가 나를 일으켜 주었어.

”그래. 이제 당신이 하고 싶은 거 해. 당신은 충분히 그렇게 살 자격이 있어. 잘할 거야.”

나 정말 너무 무식하게 저질렀지? 눈을 떠보니 대학원생이 되어 있고, 독서 지도를 하고 있고, 매일 책 읽는 즐거움에 밥을 태워먹는 여자가 되어 있더라고.

나만 원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정말 미안해. 가장이기 때문에 그 시작을 미루고 있다는 것을,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스트레스와 자기 역시 싸우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 몇 발짝 먼저 시작했으니 내가 나중에 훌륭한 멘토가 되어줄게. 사랑해. 그리고 감사해.

3등 김현진씨
치매에 쓰러진 나의 아버지


아직 저희에게 사랑할 시간을 남겨주신 아버지께.

제 나이 마흔한 살.

벌써 눈물부터…. 요즘 TV에서는 ‘알츠하이머’란 병명이 드라마의 소재가 되어 가족의 아픔을 나누고 있지요.

10여 년 전, ‘파킨슨 병’이란 진단을 받고 오랫동안 집에만 계셨던 친정아버지께서는 결국 올봄 한 잎 낙엽처럼 쓰러지시면서 요양병원으로 옮겨 생활하게 되었답니다.

차라리 드라마 주인공처럼 기억이라도 흐릿해져서 당산의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신다면 더 좋을 수도 있으련만….

점점 말수도, 웃음도, 삶의 끈도 놓으려 하고 계신 아버지.

그래도, 아버지! 막내딸인 제 나이 마흔한 살.

제가 세상을 볼 수 있는 나이까지 함께하여 주셔서, 아직 제가 사랑할 시간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아빠!!

-2012년 12월 17일 막내딸 진희

3등 유경은씨
존경하는 김지윤 선생님!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김지윤 선생님!

1년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저 때문에 흰머리가 하나라도 났으면 어떡하죠?

다른 친구들은 “쌤 사랑해요”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데, 전 부끄러움이 많아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네요.

초창기엔 긴장을 많이 해서 딸꾹질도 더 많이 하고 볼도 더 빨개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이 너무 너무 좋아요.

이제는 헤어진다는 말이 원망스러울 정도예요. 선생님 덕분에 잊지못할 1년이 됐어요.
꼭 멋진 앵커가 돼서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겠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 계속 흘러내리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앞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대한민국의 대표 앵커가 될게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이 말, 입이 아닌 마음으로 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요!!”

3등 김수린씨
엄마 아빠, 맏딸이 있잖아요


바쁜 가게일, 40대 스트레스 때문인지 요즘 유독 우울해하는 울 엄마~.

(중략)내가 엄마한테 받은 사랑, 너무 많고 너무 커서 일일이 하나하나 헤아릴 수도 없는데 엄마의 그 사랑 내가 다시 돌려줄게요. 꼭. 이 약속 지킬 때까지 박찬덕 엄마 항상 건강하고 또 건강해야 돼.
알았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해~

그리고 슬럼프에 빠져 힘들었던 작년과 올 해, 하지만 요즘 많은 변화로 인해 제2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 울 아빠~.(중략)

작년과 올해. 떠오르고 싶지 않지만 저의 크나큰 실수로 아빠의 마음에 대못을 받았던 그 일로 인해 아빠는 그 누구보다 열심이시던 교회일도 모두 내려놓고 할아버지께 ‘방랑자’ 소리까지 들으시며 힘든 나날을 보내셨어요.(중략) 이 한마디가 제 실수의 몇백분의 일에나 미칠까요? 하지만 꼭 하고 싶은 한마디,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사랑으로 바로잡아 주심에 감사해요, 아빠.

(중략)앞으로 아빠의 맏딸, 최선을 다해 아빠의 조언대로 성실히 이 세상을 살아갈게요. 믿어주세요.(후락)

4등 당첨자 명단

윤연숙 김유림 양태욱 윤성희 이지현 김영학 이명숙
thfdk@daum.net cyjung1222@naver.com dswj@daum.net  

정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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