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벨 캐피털 컵’에 처음 참가한 이글스 선발팀(오른쪽 흰색 상의)이 해외팀과 경기하는 모습. 두 번째로 참가하는 올해 대회에서 이글스는 당당히 예선 통과를 노리고 있다. 이글스 하키클럽 제공
한국 ‘꼬마’들이 아이스하키의 본고장인 캐나다 정벌에 나섰다.
28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 주 오타와에서 열리는 아이스하키 토너먼트 ‘벨 캐피털 컵’에 참가하는 ‘이글스 하키클럽’ 선수들이 그들. 겹겹의 보호 장비를 착용한 선수들은 자신의 키만큼 긴 스틱을 휘두르며 세계 강호들과 자웅을 겨루게 된다. 결과를 떠나서도 꽤 신나 보이는 이벤트다.
이글스는 2002년 수원레드이글스팀 창단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 부산 대전 전남 등 전국 11개 팀이 활약 중인 국내 최대 아이스하키 클럽이다. 전체 회원 8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초등학생이다. 이번 캐나다 대회에는 전국에서 선발한 38명이 초등학교 5, 6학년 2팀(각 12명)과 3, 4학년 1팀(14명)으로 나뉘어 출전한다.
○ “여자라고 얕보지 말아요!”
우선 눈에 띄는 건 심은주(초6·수원레드이글스), 최유정(초5·부산포세이돈이글스) 두 여학생. 참가 선수 중 ‘유이(有二)’한 여자 멤버다.
심 양은 소속팀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는 ‘골리’(아이스하키에서 골키퍼를 뜻하는 애칭)다. 또래보다 덩치가 큰 편이라 2학년 때 다이어트도 할 겸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게 벌써 5년째. 이제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을 벗어나 아이스하키 자체에 푹 빠져버렸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는 워낙 희귀한 만큼 조금만 열심히 하면 국가대표 발탁도 꿈만은 아니다.
최 양은 학교 아이스하키팀 지원 업무를 맡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선수가 됐다. 부부 교사인 최 양 부모는 키가 작은 편인 둘째딸이 덩치가 큰 남학생들과 꿋꿋이 경쟁하는 걸 보면 대견하기만 하다. 포지션은 공격수인 윙포워드(2명)와 수비수인 디펜스(2명)를 진두지휘하는 센터. 최 양에게 아이스링크는 도전의 대상이자 끈기를 시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깊다. 심 양의 아버지 심형섭 씨(46)는 “은주가 좋아하니까 계속 아이스하키를 시키고 싶다”면서도 “중학교에 진학하면 여자가 정식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여자팀이 있는 학교로 진학하려면 당장 경기 수원시에서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를 해야 하기에 부담도 적지 않다. 최 양의 아버지 최봉식 씨(44)는 “여학생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우선은 졸업할 때까지만 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 “한국 꼬마의 매운 맛을 보여줄래요!”
숭의초등학교 아이스하키클럽인 숭의나이츠 김민규 군(초3)은 고작 130cm에 불과한 최단신 선수다. 숭의나이츠는 이글스의 자매결연 팀으로 이번 대회 선수단을 함께 꾸렸다. 김 군은 작은 체격을 커버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가면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뛰어다닌다. 어머니 유태금 씨(36)는 “체격이 작으니까 그걸 극복하느라 악착같은 집요함이 많이 생겼다. 이른바 ‘깡’이 좋아 보인다”며 웃었다. 김 군과 같이 팀을 이룬 신동현 군(초4·서울아이스이글스)은 어릴 적 몸이 많이 약했지만 이제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도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원숙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유명 영화제작자인 아버지 신철 씨(53)는 “운동은 축구를 먼저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이스하키를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며 “다른 종목도 그렇겠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다 보니 아이의 인성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다
매년 열리는 벨 캐피털 컵은 전 세계 어린이(9∼13세) 팀 500여 개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토너먼트 대회. 28일 개막하는 ‘2012 벨 캐피털 컵’은 13회째 대회다. 한국 팀은 이글스가 올해 세 번째로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에도 3팀이 출전해 예선전에서 선전했지만(2팀은 2승 1패, 1팀은 1승 2패) 각 조 1위에만 주어지는 토너먼트 진출권 획득에는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어린 꿈나무들이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최강국들의 또래들과 직접 맞부딪쳐 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미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번엔 적어도 1팀 이상은 예선을 통과하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올해 6월 일찌감치 선수를 선발했고, 여러 차례 연습 경기를 치르며 손발을 맞춰왔다. 출국 일자도 대폭 앞당겼다. 코치진 6명과 선수 38명은 경기 5일 전인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들은 현지 시간 기준으로 24일과 26일 캐나다 오타와 및 토론토 지역 대표팀과 각각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참가팀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정수 감독(37·서울아이스이글스)은 “이번 대회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어린 선수들이 아이스하키 강국 캐나다에 직접 가서 세계의 강호들과 경쟁하게 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 출전과 관련해서는 현대카드가 유소년 스포츠 발전과 비인기 종목 활성화 차원에서 유니폼 및 행사물품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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