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사나이 두부’ 주부 마음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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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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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코마에 두부/이토 신고 지음·김치영 김세원 옮김/1만3000원·260쪽·가디언

두부 광고라면 똑 부러진 주부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거나 구수한 손맛을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본의 오토코마에 두부점은 엉뚱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남자다운 두부’ ‘사나이 두부’라는 뜻의 오토코마에 두부 포장에는 촌스럽지만 강렬한 ‘남(男)’이라는 글자가 크게 박혀 있다. 여기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좋은 두부’라는 카피를 붙여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멋진 남자의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무협지 주인공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한 남자의 얼굴을 포장에 새긴 제품도 있다. 광고문구도 독특하다. ‘진짜 남자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제품들의 이름은? ‘아쓰아게 형님’ ‘간모 형님’ ‘싸움고수 물두부’ ‘바람에 나부끼는 두부장수 조니’…. 두부와 남자가 대체 무슨 상관인가.

저자인 오토코마에 두부점 대표는 이런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이런 두부를 주부들이 사겠어?”라는 부정적 반응을 듣곤 했다. 하지만 장 보는 여자들의 손길은 멋진 남자가 직접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두부로 향했다. 이 두부처럼 외모는 터프하지만 그 속은 부드러운 남자를 떠올린 걸까. 오토코마에 두부점은 2006년 매출 40억 엔을 돌파하며 일간지가 선정한 히트상품 목록에 올랐다. 2008년 매출은 55억 엔으로 뛰었다.

저자가 아버지의 평범한 두부회사를 이어받아 개성 있는 두부회사로 혁신시킨 과정을 담았다. 단지 디자인과 콘셉트만으로 승부를 본 것은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맛’이라는 탄탄한 기본이 버티고 있었다. 품질에 충실했기에 디자인만 보고 호기심에 두부를 집어든 사람들을 계속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탁월한 두부 맛을 내기 위해 저자가 고군분투한 내용도 충실히 전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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