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엔 ‘집단가무’ 즐긴 한민족 DNA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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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최광식 문화부 장관-김주영 작가, 2011년 문화계 돌아보고 2012년을 생각하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올해의 문화계를 돌아보는 대담을 가진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김주영 작가. 최 장관은 “케이팝에는 우리 민족의 신명이 담겼다”고 분석했고, 김 작가는 “모든 분야에서 창조성을 살리려면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올해의 문화계를 돌아보는 대담을 가진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김주영 작가. 최 장관은 “케이팝에는 우리 민족의 신명이 담겼다”고 분석했고, 김 작가는 “모든 분야에서 창조성을 살리려면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 세계를 강타한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풍,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와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왕조 도서의 귀환 등 올해는 굵직한 문화 이슈가 유난히 많았다. 내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 중요한 전시공간이 잇따라 문을 열고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공사가 마무리된다.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올해 인촌상 인문사회문학 부문 수상자인 김주영 작가가 23일 서울 종로구 문화부 장관실과 창덕궁에서 올해 문화계를 정리하고 내년을 전망하는 대담을 가졌다.

―올해는 ‘케이팝의 해’라고 할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케이팝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요.

▽최광식 장관=
고대사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케이팝에는 한국적 신명과 끼가 담겼다고 볼 수 있어요.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三國志)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을 보면 우리 민족이 ‘남녀가 무리를 이루어 노래하고 춤췄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것이 케이팝의 뿌리죠. 케이팝이 다른 나라 팝과 다른 점은 집단적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뛰는 것입니다.

▽김주영 작가=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가무를 좋아하는 DNA가 있다고 해요. (서양의 음악인) 케이팝의 특성에 전통적인 것을 결합한다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봐요.

―외규장각 의궤와 조선왕실 의궤 등 약탈문화재가 반환됐는데 그 의미가 큽니다.

▽김=도서 반환은 우리의 국력과 문화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그걸 인정한 거죠.

▽최=프랑스가 높아진 한국 박물관의 수준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제 돌려줘도 된다고 생각해 돌려준 것이죠.

―예술인복지법이 10월 말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은 예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요.

▽최=특정 직업군에 대한 복지법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것을 구체화한 시행령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200억 원 규모의 예술인복지금고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김=오랫동안 예술인들이 소망해 온 법이 통과돼 의미가 큽니다. 역량 있는 독립영화 감독, 연극배우 등이 안정된 창작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문화부에서 예술인에 대한 사회보험제도 도입, 예술인복지금고 설립 등의 후속조치를 마련해 내년 11월부터 시행한다.)

―내년도 문화 정책의 화두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최=무엇보다 한류죠. 이어령 전 장관 이후 학자 출신이 문화부 장관이 된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전통문화를 대중문화에 접목해 발전시키라는 인사권자의 뜻이라고 봅니다. 문화복지도 중요합니다. 어려서부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청소년에게 혜택을 확대하려 합니다.

▽김=문화와 경제정책을 만드는 분들은 마인드가 진보적이어야 합니다. 문화에 쓰는 돈을 아깝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해요. 문화와 경제는 비행기의 양 날개와 같습니다.

▽최=정부예산 중 문화 관련 예산(체육, 관광, 국정홍보 포함)은 1.1%입니다. 이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들은 평균 2%대입니다.

―소외계층, 특히 어려운 여건의 젊은이들이 문화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희망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최=‘예술 꽃 씨앗학교’는 ‘한국의 엘시스테마’라고 할 수 있어요.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삶의 희망을 심어주려고 합니다.(‘예술 꽃 씨앗학교’는 소외된 지역의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부가 2008년부터 지원해온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국 20여 개 학교가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으로 지정돼 있다.)

▽김=유명인사들이 소외계층을 위로하는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합니다. 예술의 가장 큰 기능은 위로입니다. 러시아 문인 푸시킨의 동상에는 항상 생화가 놓여있습니다. 그의 시가 동토의 민중을 위무하기 때문입니다.

―내년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 중요한 문화공간이 잇따라 준공됩니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최=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주변 화랑과 더불어 미술 중심지가 될 것으로 봅니다. 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겁니다.

▽김=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문화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정부의 내년도 주요 정책 방향은 무엇입니까.

▽최=콘텐츠를 만드는 과학기술은 발전한 반면 스토리텔링은 부족합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의 정신으로 콘텐츠를 채워야 해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등도 현지 신화를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일해왔지만 이제는 인문학자와 공동으로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공학도의 1인 창업이 아니라 인문학자와 삼삼오오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의료기기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 한 사업가는 시집이 500권 있다고 합니다. 시에서 창조력을 얻는 거죠. 자본주의의 장점은 획일적인 것에서 해방돼 있다는 것이죠. 그게 바로 문화예술의 힘입니다.

정리=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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