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복용과 무절제한 생활로 27세에 요절한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생존’의 측면에서 그는 잘살았다고 보기 힘들지만 ‘진화’의 관점에서는 분명 성공한 ‘수컷’이다. 그는 수백 명의 여성 팬과 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인 자녀는 셋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도 후세를 남기지 못하면 진화의 관점에선 살지 않은 것과 같다. 건강과 장수는 번식을 돕는 한도 내에서만 진화적 의미를 지닌다.
다윈 전문가인 저자는 “150년 전 태동한 진화론이 현대인의 사회 생태학적 행동을 풀이하는 중요한 잣대가 됐다”고 강조한다. 최근 각광받는 진화심리학, 진화게임이론, 진화윤리학, 행동경제학, 다윈의학 등도 다윈이 뿌린 작은 겨자씨들이 키워낸 화려한 이파리와 꽃들이라는 것. 책의 제목을 집단 지능에서 따와 ‘다윈 지능’이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책은 현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진화론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생겨난 다양한 사회 현상을 설명한다. 대표적 사례가 성(性) 선택 이론이다.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성 선택권이 대부분 암컷 손에 쥐여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이론은 현대 사회에도 들어맞는다. 남성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한 여성에게 ‘간택’ 받아 오랫동안 동반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서다. 자연 상태라면 장동건 조인성 같은 남자들이 여자들을 독차지해 평범한 남자들은 여자 근처에 가지도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다처제 동물의 경우 암컷과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은 전체의 5∼10%에 불과하다.
이 밖에 탁월한 살충 효과를 보였던 DDT가 왜 오늘날 해충을 박멸하지 못하는지, 항생제 오남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왜 ‘맞춤 유전자’가 인류 전체를 멸망시킬 수 있는지 등 생물학적인 문제를 포함해 정치, 경제, 종교적인 다양한 이슈까지 진화론을 기반으로 풀이한다.
최근 떠오른 이른바 ‘삼포(젊은이들이 취직을 위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 현상’은 진화론적으로 보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다. 저자는 “유전자가 ‘나’라는 존재를 만들지만, ‘나’의 행동을 모두 조절할 수는 없다. 그래서 번식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행위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며 “집단적인 삼포 현상은 심각한 문제이자 그만큼 연구해볼 만한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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