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도 전국의 민간 오케스트라와 지자체 소속 오케스트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올해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보면 합창을 포함시키는 등 규모와 편성을 키우고 다른 장르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 서울시향 ‘보컬 시리즈’ 시작
올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목소리’에 강조점을 둔 것. 교향악단 레퍼토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가곡, 아리아, 종교음악, 오페라 등을 여러 악단이 두루 선곡했다. 최근 말러 작품 연주가 잦다 보니 성악이 포함된 작품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졌고 이 같은 흐름이 레퍼토리 개발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모차르트의 아리아와 레퀴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콘서트 버전, 말러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등으로 구성한 ‘보컬 시리즈’ 5회 공연을 마련했다. 2월 마스터피스 공연에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간판스타인 메조소프라노 올가 사보바가 내한해 프로코피예프 칸타타 ‘알렉산드르 넵스키’로 무대에 선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음악 팬들에게 국내 무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제주도립교향악단은 각각 1월과 9월에 합창이 포함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한다. 제주도립교향악단은 2010년부터 ‘말러 사이클’을 펼치고 있다. 상임지휘자 이동호 씨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대규모 합창단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엔 도립제주합창단과 서귀포합창단 80여 명이 함께 무대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올 초 단원 23명을 충원하기로 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대편성 작품 위주로 올해 레퍼토리를 선정했다. 5월에는 ‘합창과 함께하는 바그너 갈라 콘서트’를 연다. 경기필 관계자는 “바그너는 라이프치히 성토마스교회 칸토르(음악감독)에게 영재교육을 받았기에 특히 합창곡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의 음악극에 나오는 결혼식 등 의식 장면의 멋진 합창곡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4월 대구시립교향악단과 6월 KBS교향악단은 모차르트 c단조 대미사로 장엄한 울림을 선사할 계획이다. ○ 부천필, 위촉작품 시리즈 개최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불멸의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작곡가 정태봉, 김승림, 문성준 씨에게 위촉한 작품을 연주한다. KBS교향악단은 정기연주회 레퍼토리에 현대음악 한두 곡씩을 포함시켰다. 2월 루지카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다섯 개의 작품(아시아 초연), 5월 이동훈 ‘새야 새야 파랑새야’, 10월 존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아시아 초연)가 이어진다. 11월에는 2009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 조은화 씨에게 위촉한 ‘장구협주곡’을 세계 초연한다.
경기필은 한국 무용과 윤이상 작품의 만남을 펼쳐 보일 계획이다. 지휘자 구자범 씨는 “국악 장단 개념을 도입한 윤이상의 작품은 한국 악단이 그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필은 이 레퍼토리로 독일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협연자 중에서는 코리안심포니와 10월에 협연하는 89세의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가 눈길을 끈다. 보자르 트리오의 일원으로는 몇 차례 내한했으나 솔리스트로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스타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부천필과, 피아니스트 백건우,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대전시향과, 첼리스트 양성원이 코리안심포니와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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