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아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는 채소가 양배추다.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 피클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장국으로 콩나물국을 먹는 것처럼 서양에서는 술 마신 후 쓰린 속을 풀 때 식초에 절인 양배추 피클을 많이 먹는다. 콩나물국이 해장효과가 있다는 믿음은 단지 속설이 아니라 6세기 때 의학서인 ‘신농본초경집주(神農本草經集注)’에 그 근거가 나온다. 위의 열을 내리는 데 콩나물이 좋으니 끓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서양 사람들이 양배추가 해장에 좋다고 믿는 데도 근원이 있다. 기원전 2세기 때 로마의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대(大) 카토는 양배추 신봉자였다. 직접 농사를 짓기도 했던 그는 ‘농업(De Agricultura)’이라는 책을 썼는데 여기에서 양배추를 극찬했다. ‘양배추는 채소 중 으뜸이다. 요리해서 먹어도 좋고 날것으로 먹어도 된다. 생으로 먹을 때는 식초에 담갔다 먹는다. 놀라울 정도로 소화를 도우며 이뇨작용을 한다. 연회에서 술을 많이 마실 때는 가급적 많은 양의 양배추를 날로 먹는 것이 좋다. 식사 전 식초와 함께 양배추를 먹으면 된다. 아니면 식후에 5, 6장의 양배추를 먹는다.’ 유럽에서는 술 마신 후 해장하려고 양배추를 많이 먹는데 아마 카토의 이 책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카토는 80세 넘게 살았는데 매일 식초와 함께 양배추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알려진 수학자 피타고라스 역시 양배추 예찬론자였다. 채식주의자였으니 당연히 양배추를 좋아했겠지만 어쨌든 그의 양배추 사랑은 유별났던 모양이다. 양배추에는 건강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다며 ‘차갑고 따뜻하고 습하고 건조하며 달콤하고 쓰며 신맛이 모두 들어 있어 일곱 가지 축복이 담긴 채소’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양배추를 아예 약품으로 여겼다. 로마시대 시저의 군대가 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양배추를 갖고 다녔다. 식사 때 먹기 위한 용도였겠지만 다쳤을 때 약품으로 쓰려는 목적도 있었다. 상처가 났을 때 소독약으로 쓸 수 있으며 염증으로 열이 날 때는 소염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양배추로 염증을 치료할 때는 잎을 뜯어 깨끗하게 물에 씻은 후 잘게 썰어서 상처에 덮는데 하루에 두 번씩 갈아주면 말끔히 치료된다고 했다. 그러니 양배추는 전투에 나선 군인들에게 식량인 동시에 구급약품이었던 것이다.
플리니우스 역시 ‘박물지(The Natural History)’에서 양배추의 약용 효과를 언급하면서 주로 열을 내리는 찜질에 효과가 있다고 언급해 놓았다. 머리가 아플 때도 양배추를 먹으면 낫는다고 했는데 아침 공복에 먹어야 좋다고 했다. 열을 가라앉히며 아픈 머리까지 낫게 한다고 믿었으니 서양에서 양배추가 해장 음식으로 발달한 배경이 아닐까 싶다. 실제 현대과학으로 분석해도 양배추에는 항바이러스 성분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양배추를 뜻하는 영어 캐비지(cabbage)의 어원은 엉뚱하게 머리(head)라는 뜻이다. 라틴어에서 비롯된 단어인데 부풀어 오른 양배추의 생김새가 사람의 머리 모양을 닮아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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