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24>부등이 양지편소하나 將爲君子焉이며 將爲野人焉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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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無君子면 莫治野人이요 無野人이면 莫養君子니라

등문공이 신하 畢戰(필전)을 보내 정전법에 대해 묻자, 맹자는 經界(경계) 다스림을 바르게 하면 백성들에게 토지를 균분하고 신하들에게 穀祿(곡록)을 차등 있게 급여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어서 등나라가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하나의 국가는 벼슬하는 자와 경작하는 자로 크게 나뉘므로 토지를 나누어주고 곡록을 제정하는 일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壤地는 영토를 말한다. (변,편)小는 좁고 작음이다. ‘將爲君子焉이며 將爲野人焉이니라’에서 ‘將∼, 將∼’은 ‘일부는 또한 ∼가 되고, 일부는 또한 ∼가 된다’는 뜻을 나타내거나 ‘또한 한편으로 ∼가 있고, 또한 한편으로 ∼가 있다’는 뜻을 나타낸다. 爲에 대해서, 주자(주희)는 ‘∼가 되다’로 풀이했다. 단, 趙岐(조기)는 有와 같다고 보았다. 君子는 관직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고 野人은 농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無君子면 莫治野人이라’는 ‘군자가 없으면 야인을 다스릴 사람이 없다’이니, 즉 ‘군자가 있어야 야인을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無野人이면 莫養君子니라’는 ‘야인이 있어야 군자를 봉양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맹자는 한 국가의 구성원을 관료와 농민으로 구분해서 각각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았다. 근대 이후의 국가관이나 계층 관념과는 매우 다르다. 다만, 맹자가 국가의 구성을 일정한 직분의 집합으로 보고 각 구성원이 저마다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 점은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주역’ 未濟卦(미제괘)의 卦辭(괘사)를 보면 ‘불이 물 위에 있는 형상이 未濟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삼가 사물을 변별하여 저마다 제자리에 있도록 한다’라고 했다. 정치사회 및 경제의 갖가지 조직들은 疏通(소통)만이 아니라 居方(거방·저마다 자신의 자리에 위치함)도 중시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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