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찾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교동 수원중앙침례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 이곳은 ‘MB(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김장환 목사(78·극동방송 이사장)가 오랫동안 목회한 침례교단의 대표적 교회다. 1951년 개척된 이 교회에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1만2000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미묘한 고민에 빠지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 교회의 고명진 담임목사(56)는 “그런 어려움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런 질문을 하는 분이 꽤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예배당(黨)’ 당원입니다. 하나님이 총재이시고, 전 지구당 위원장쯤 되죠. 우리 총재님만 잘 모시면 되는데 무슨 고민이 있겠어요. (웃음)”
그는 “두 의원께 하나님 좀 잘 모시라는 말은 간곡하게 한다”며 “그분 얘기만 제대로 들어도 요즘 정치와 같은 모습은 있을 수 없는데…. 예배당 벗어나면 다른 총재님을 모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고 목사의 이름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와 같다. 그는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동명이인인 FC 서울의 축구선수가 가장 유명했는데 이제 세 번째로 밀려났다며 웃음을 지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사람을 존귀하게, 과연 그 교회’가 이 교회의 비전이다. ‘과연 그 교회’라는 문구에는 이 교회의 자부심이 깔려 있다.
이 교회는 개별 교회로는 드물게 수원중앙복지재단과 스완슨기념관 유지재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복지재단은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버드내 노인복지관,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수원중앙보호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수원 굿 윌을 관할한다. 장애인과 노인, 결혼과 직업을 위해 한국으로 온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있다. 수원 굿 윌은 장애인들이 기부된 중고 제품을 수리, 판매해 재활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국제 어린이 양육 단체인 컴패션의 설립자인 에버렛 스완슨 목사의 이름을 딴 스완슨기념관 유지재단에서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산침례교회 담임 목사 시절에는 교회 비전에 ‘아, 그 교회’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매년 바꾸기 힘드니 평생 쓸 수 있는 비전을 달라고 기도했죠.(웃음) 이제 교회가 성장한 만큼 나눠야 하는 사회적 책임도 커졌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수원중앙침례교회 하면 ‘과연 그 교회’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교회는 지역 사회의 노숙인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노숙인 예배에 이어 무료 진료를 실시한다. 평균 90여 명이 참석한다. 마굿간 사랑이야기는 성탄절의 기쁨을 거리와 쉼터, 쪽방에서 생활하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행사다. 문화공연과 선물 나눔, 무료 급식, 무료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중앙문화센터는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교회의 문을 낮춰 교육과 문화, 예술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바리스타와 성악교실, 드럼, 통기타, 컴퓨터 등 70여 강좌가 저렴한 비용으로 개설돼 있다. 1년에 4학기로 운영되며 평균 9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둘러싼 갈등과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고 목사는 “1970, 80년대와 달리 이제 한국 교회는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한기총은 몇몇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의지한 구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조병화 시인의 ‘해인사’다.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큰 교회라고 믿음이 크고, 작은 교회는 믿음이 작겠습니까? 일제강점기에는 개신교 신자가 인구의 1%밖에 안 됐지만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인구의 25%인 지금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고 목사는 “교회의 크기보다는 스스로가 하나님의 목소리에 충실하고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고명진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김장환 목사 ▼
개신교계의 세계적 리더인 김장환 목사님의 후임이 된 것은 내 평생에 가장 큰 축복이다. 부목사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1년, 2005년부터 담임목사로 취임한 뒤 7년, 모두 18년을 모시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복음에 대한 열정과 부지런함이다. 목사님은 복음을 전하는 사역에서 단 한 번도 뒤로 물러서거나 나이를 핑계로 게으름을 허용한 적이 없다. 목사님은 후임인 나를 언제나 세워주고, 앞에서 든든히 이끌어 준다. 심지어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자신이 평생을 바친 교회 출입마저 마다한다. 여러 번 청해야 교회에서 1년에 한두 번 뵐 정도다. 내게 걸려온 전화나 e메일에 어떤 형태로든 꼭 회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것 역시 목사님에게서 배운 사람을 중시하는 목회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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