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으로 주조하고 사슴, 새 등 동물의 형상으로 장식한 간두(竿頭) 장식은 스키타이 문화의 특징이다. 간두는 스키타이인들이 제사, 점술, 예언 등의 의식에서 하늘의 뜻을 땅으로 전하는 데 사용한 일종의 지팡이의 머리 부분이다.
19세기 말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지역 뤼소야 고라에서 발견된 이 간두 장식은 세계 창조의 신화를 표현하고 있다. 세계수(世界樹)의 나뭇가지가 기본 형태이고 그 중심에는 세계 창조의 신이자 스키타이의 주신(主神)인 파파이오스가 있다. 파파이오스는 그리스신화의 제우스에 비견할 만한 스키타이 최고의 신으로, 세계수 위에 서서 천상과 지상의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새와 짐승 모양을 한 작은 상과 방울이 호화스러움을 더한다.
스키타이인들은 파파이오스를 비롯한 여러 신을 믿었지만 신전이나 제단, 신의 형상을 남겨놓지 않았다. 이들은 봄을 축복하는 축제를 연 뒤 제식에 사용한 물건을 그 현장에 파묻거나 없앴다. 초원지대의 기마 유목민족이던 스키타이인들은 정주(定住)를 곧 퇴보라고 보았기 때문에 한곳에 머문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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