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그냥 웃고 즐겼는데… 자꾸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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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 번안극 ‘그류? 그류!’ ★★★★

무대를 이탈리아에서 충청도의 한 마을로 바꾼 번안극 ‘그류? 그류!’.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 이사온 이웃집 가족사의 진실을 놓고 혼란에 빠진 마을 주민들은 “제발 진실을 말해줘”라며 이구동성의 비명을 지른다. 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무대를 이탈리아에서 충청도의 한 마을로 바꾼 번안극 ‘그류? 그류!’.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 이사온 이웃집 가족사의 진실을 놓고 혼란에 빠진 마을 주민들은 “제발 진실을 말해줘”라며 이구동성의 비명을 지른다. 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공연 보는 내내 웃고 즐길 수 있는 데다 공연장을 나설 때는 극이 의도한 메시지를 계속 곱씹어 보게 한다는 점에서 번안극 ‘그류? 그류!’(루이기 피란델로 작·김승철 번안, 연출)는 좋은 연극이다. 재미와 지적 자극에 대한 욕구를 다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제목과 포스터에 실린 초상화는 이 작품이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그류? 그류!’는 ‘그래요? 그래요!’를 충청도 사투리로 표기한 것. 내가 보고 생각한 것을 확인하려고 “그렇지요?”라고 물어보자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죠’라고 답변하는 짧은 대화다. 포스터의 초상화는 이탈리아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부유해 보이는 사내의 초상화인데 거꾸로 놓고 보면 섬뜩한 해골로 보인다.

연극은 자신들의 비극적 가족사를 감추고 있는 한 가족과 그 가족의 사연을 파헤치려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진실이란 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일 뿐’이란 메시지를 던진다. 아울러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반드시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경향성도 신랄하게 풍자한다.

1970년대 초 충청도의 한 마을이 새로 이사 온 한 가족 때문에 시끄러워진다. 젊은 부부와 장모가 따로 집을 얻어 사는데 사위가 딸을 집에 가둬놓고 장모를 만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 이장집에 모여 사위를 맹렬히 비난하던 마을 사람들 앞에 장모인 배씨 부인(정은경)과 사위인 강영진(박상석)이 차례로 찾아와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털어놓는 내용이 엇갈리면서 마을 사람들은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를 놓고 괴로움에 빠진다. 연극은 잘 만든 추리소설처럼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 관객이 마을 사람들의 처지에 동화될수록 극이 의도한 메시지의 전달 효과는 커질 것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 1만∼2만 원. 010-8709-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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