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는 왜, 日 방사능 유출지역 가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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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 원전 피해지역 인근 3곳서 ‘우정-연대 전시회’ 논란

헤라르트 판옵스탈의 ‘에로스로 연결된 삼미신’. 사진 출처 라트리뷘드라르
헤라르트 판옵스탈의 ‘에로스로 연결된 삼미신’. 사진 출처 라트리뷘드라르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해 피해를 본 지역에서의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전시를 놓고 프랑스 문화예술계가 뜨거운 논쟁에 빠졌다.

루브르 박물관은 4월 27일부터 9월 17일까지 후쿠시마, 센다이, 이와테 현 등 3개 도시에서 ‘만남, 사랑, 우정, 연대’라는 주제로 루브르 소장품 특별전시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메세나 기업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18세기 로코코 미술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화가 프랑수아 부셰의 ‘사랑의 삼미신(三美神)’, 18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프랑수아앙드레 뱅상의 ‘세 남자의 초상’, 16세기 플랑드르 지역의 태피스트리(색실로 짜넣은 그림), 고대 이집트 조각상 ‘이시스 여신상’ 등 23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전시 지역이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 지점에서 불과 7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는 점. 프랑스의 문화예술계와 원자력 전문가들은 루브르 박물관의 보물과 동행하는 전시인력이 방사능 오염에 안전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프랑스 내각의 산하기관인 방사능보호핵안전협회(IRSN)는 지난해 12월 12일 일본에 거주하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미야기, 이바라키, 도치기, 후쿠시마 전역은 방사능으로 인한 중대한 영향을 받은 지역”이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여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또 IRSN은 “방사능에 오염된 먼지가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가구와 카펫, 양탄자의 표면을 정기적으로 진공청소기로 청소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루브르 박물관 측은 “후쿠시마 미술관 내부의 방사능 오염정도는 시간당 0.06마이크로시버트로 파리의 박물관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또 전시품은 유리로 된 격자보호상자에 담아 운송해 전시장 내부에서만 공개할 것이며, 외부의 대기 중에 절대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의 롤랑 데보르드 방사능오염정보연구협회 회장은 “건물 내부는 괜찮다 하더라도 방사능은 후쿠시마 전역에 퍼져 있다”며 “기상조건에 따라 시골에 있던 방사능이 도심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관람객을 통해 유입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리처럼 매끈매끈한 표면에 붙은 방사능은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구멍이 많은 돌은 표면을 긁어내야 완전한 제거가 가능하다”며 “16세기 플랑드르의 태피스트리나 회화 작품이 오염될 경우 IRSN의 권고에 따라 ‘정기적으로’ 진공청소를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디디에 리크네 라트리뷘드라르지 편집장은 “재난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왜 루브르가 소장품 전시회를 통해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아이티 대지진 때 루브르는 소장품 전시회가 아닌 아이티 박물관 재건을 돕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왜 전 세계 재난 지역과 이라크전쟁으로 피폐한 바그다드엔 소장품을 보내지 않는가”라며 일본 전시 계획을 비판했다.

이번 전시회의 총책임자인 장뤼크 마르티네즈 씨는 “일본 기업은 루브르 박물관 보수공사에 많은 메세나 후원을 해왔으며, 일본 관람객은 루브르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열성적 고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특별한 선례’가 될 이번 전시에 대한 논쟁은 4월 실제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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