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 씨는 최근 밀양연극촌을 방문한 기자에게 “국내 공연 단체들의 활동 영역이 예전보다 넓어졌다. 서울에만 관심을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
요즘은 해외로 나가 공연하는 단체도 많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펴낸 ‘공연예술 국제교류 현황’ 자료집에 따르면 국내 공연 단체들의 해외 공연은 2008년 201개 단체의 413건에서 2010년 274개 단체 715건으로 늘었다.
연극 장르로만 한정해도 올해 해외 공연 목록이 빼곡하다. 극단 목화는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식 초청받아 선보인 ‘템페스트’의 호평을 발판으로 올해 세계 각지로부터 잇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템페스트’는 다음 달 초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공연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체코 프라하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도 초청 공연을 펼친다.
연희단거리패는 다음 달 3∼5일 일본 오사카에서 제2회 일한 연극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코마치후덴’을 공연한다. 이윤택 씨가 일본인 배우들을 이끌고 작품을 올린다. 4월에는 남미 최대 공연 페스티벌인 콜롬비아의 ‘이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에 초대받아 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햄릿’을 5회 공연한다.
극단 여행자는 4월 28일∼5월 3일 ‘글로브 투 글로브(Globe to Globe)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영국 런던의 셰익스피어 전문극장 글로브 무대에 ‘한여름 밤의 꿈’을 올린다. 한국 작품이 이 극장에서 공연되기는 처음이다. 여행자는 런던 공연 직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초청 공연을 하며 9월에는 ‘페르귄트’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 무대에 올린다.
이 밖에도 극단 노뜰,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극단 뛰다, 극단 동, 극단 놀땅도 올해 해외 공연이 잡혀 있다.
올해 극단들이 해외에서 공연하는 지역을 살펴보면 단골 지역으로 불렸던 일본과 서유럽 일부 국가, 북미에서 벗어나 동유럽과 중남미 호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과거 한국 전통문화의 색깔이 강한 작품들이 주로 해외에 나갔다면 최근엔 현대적인 느낌의 작품이 점점 더 많이 진출하고 있다.
한국 공연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2005년부터 시작한 서울아트마켓(PAMS)의 역할도 컸다. PAMS는 매년 10월 해외 공연 기획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 10여 개를 선정해 시연하는 ‘팜스 초이스’ 행사를 해왔다. 지난해엔 외국 공연 관계자 26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가할 만큼 인기다. 작품만 좋으면 해외 공연 기획자들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멍석이 마련된 셈이다. 다원예술가 정금형 씨의 경우 2009, 2010년 팜스 초이스를 통해 외국 공연 기획자들에게 주목 받은 덕분에 지난해 일본 독일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등 6개국에서 초청 공연을 했다.
국내 공연 단체의 해외 공연을 진행하는 공연기획사 아시아나우의 최석규 대표는 “작품 중심의 해외 진출에서 탈피해 레지던시 프로그램(현지에 거주하면서 작품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통한 아티스트 간의 교류, 다국적 제작사들의 공동 제작 등 해외 교류의 방식이 앞으로 점점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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