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세종문화회관, 이젠 공연名家로 거듭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슈퍼스타K처럼 경선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요즘 시대적 대세 아니겠습니까.”

세종문화회관 박인배 신임 사장(59)이 1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3년 임기 동안 운영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소통과 창조성, 효율성을 3대 키워드로 한 그 내용 중에서 가장 신선한 것은 ‘세종문화회관의 자체 기획공연을 산하 9개 예술단체뿐 아니라 외부 민간단체에도 개방해 공모와 경선을 통해 선정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서울시 산하 자치구 공연장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종에서 시작한 작품이 총 20∼30회는 공연되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세종의 창작품 중에 레퍼토리 공연으로 내세울 만한 작품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였다.

박 사장 앞의 전임 사장 3명은 모두 전문경영인 출신이었다. 그들은 비용 절감과 마케팅 확장에 기여했을지는 몰라도 공연 명가(名家)로서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박 사장은 연우무대를 거쳐 마당극 중심의 극단 현장을 창단해 운영하며 오랫동안 공연예술 현장을 지켜왔다. 그래서 전임 사장들과 달리 양적 변화가 아닌 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출신답지 않게 경선을 강조하던 그는 지난해 노사가 어렵게 합의해 도입한 단원 오디션제에 대해선 ‘부정적’이란 답을 내놨다. “1회성 오디션보다는 작품별로 매번 공연이 끝난 뒤 상시평가를 하려 한다”고 했다. 세종 내부에서조차 갸우뚱하는 반응을 끌어낸 발언이었다. 지난해의 노사합의는 기존 상시평가제에 개별 오디션 평가를 추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사장에도 응모한 전력이 있는 그에게 세종만의 차별성을 물었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점과 객석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라는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울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엔 “임기가 3년뿐인데 10년 뒤를 어떻게 내다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유신시절 북한과 체제경쟁을 위해 객석 수 늘리기에 급급하게 지어진 대극장의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20여 년 뒤나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국공립 공연장이 갈수록 대관보다 기획으로 승부하는 치열한 현실에서 과연 이런 인식으로 세종이 ‘서울 공연예술의 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반신반의 속에서도 그가 나중에 박수 받으며 물러날 수 있는 세종의 수장으로 기억되기를 기원해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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