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 한 그릇이 식욕을 자극한다. ‘후루룩’ 라면 먹는 소리를 듣자면 절로 ‘나도 한 그릇’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누구나 라면을 끓이면서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 있다. 바로 면을 먼저 넣을 것인가, 수프를 먼저 넣을 것인가이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에 우선 맛있는 라면의 정의를 내려보자.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면이 붇지 않고, 수프의 향이 면에 알맞게 배어 있으며, 국물이 싱겁거나 짜지 않은 라면을 맛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식품을 전공한 주변 사람들에게 면과 수프 중 어느 것을 먼저 넣어야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대부분 수프를 먼저 넣으라고 했다.
수프를 먼저 넣고 물을 끓이면 수프 안의 염분 때문에 물이 원래 끓는점(10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이때 냄비에 면을 넣으면 물만 넣고 끓일 때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익을 수 있고, 덕분에 면이 쫄깃쫄깃해진다.(한편 수프를 먼저 넣고 끓여야 수프에 있는 각종 원료의 맛이 잘 우러나고, 국물에 수프 향이 은은하게 퍼져 한층 맛있어진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라면 포장지에 인쇄된 조리법을 한번 들여다보자. 대부분 ‘면과 수프를 함께 넣으시오’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그와 같은 ‘공식 조리법’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국내의 대표적 라면 업체에서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담당한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수십 년 동안 라면 개발에만 힘을 쏟은 전문가들이 가정에서 쓰는 가스레인지의 화력과 실제 조리 방법 등을 감안해 실험을 수없이 반복했어요. 우리가 구현하고자 한 이상적인 라면 맛은 보통 비슷한 시간에 면과 수프를 넣었을 때 나왔습니다.” 그는 수프를 먼저 넣고 끓이면 물의 증발량이 많아져 국물이 짜게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수프와 면을 넣는 순서보다는 물의 양과 조리시간이 라면의 맛을 결정짓는 데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물의 양은 라면 국물 맛에 결정적인 수프의 농도를 좌우하고, 조리시간은 면발의 쫄깃함을 결정한다는 설명. 따라서 라면 끓이기의 고수가 되고 싶다면 일단 계량컵과 알람시계부터 챙기라고 충고했다.
이런 설명까지 듣고 나니 결론은 소비자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방법을 직접 비교해 보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한 팁 한 가지 더. 라면을 끓이는 도중 한두 번씩 면발을 들어 공기 중에 노출시키면 더 맛있게 라면을 즐길 수 있다. 면이 찬 공기에 닿으면 표면이 수축돼 면발이 쫄깃해지기 때문이다.
설 연휴 기간에 먹은 기름진 음식 때문일까. 글을 쓰다 보니 칼칼한 라면을 먹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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