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지호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못된 친구들이 때리고 괴롭혀도 그냥 참는 ‘왕따’였다. 대신 새와 벌레들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지호는 어느 날 길에서 말하는 까만 돌을 줍는다. 이 돌멩이 친구에게 지호는 학교에서 생긴 일, 속상했던 일을 마음껏 털어놓는다. 까만 돌은 묵묵히 지호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때론 “이유 없이 왜 당하고만 있느냐”면서 용기를 북돋아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말문을 닫아버린 지호 아버지도 까만 돌에게 속내를 고백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작가는 이 장편동화에 왕따와 학교폭력, 한부모 가정, 가정폭력 같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고루 버무렸다. 이런저런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문제 상황과 각 인물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낸 것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말할 줄 아는 까만 돌은 실은 외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돌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면 새삼 느끼게 된다. 외롭고 속상한 이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 그런 까만 돌 같은 상대와 함께여야 힘든 세상을 잘 헤쳐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삶과 부모의 삶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것.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소통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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