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문근영이다. 상큼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국민 여동생’이란 애칭을 얻은, 이제는 여동생이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어색한 여배우. 물론 작가는 “소설 속 문근영은 실제 문근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그래도 너무 똑같다. 우리가 아는 문근영이라고 생각하고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런 문근영이 납치를 당한다. 고교시절 여성스러운 이름 때문에 ‘걸스카우트’라는 놀림을 받으며 왕따를 당했던 세 남자 승희, 혜영, 성순에게. 이 ‘찌질이 3인방’은 ‘회사’라는 초국가적 비밀단체가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연예인들을 통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 음모를 막기 위해 매개체인 문근영을 납치한 것이다.
‘아쉽게도’ 주인공은 문근영이 아니다.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세 남자가 주인공이다. 컴퓨터 천재였지만 그 뛰어난 실력을 포르노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쓰며 한정판 피겨를 모으는 걸 삶의 목적으로 삼은 은둔형 외톨이 승희, 여드름투성이 얼굴에 뚱뚱해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보고 문근영의 광팬 역할에 만족하는 혜영,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조루 환자인 데다 과다망상증에 사로잡힌 성순까지. 무언가 결여된 채 살아가는 오늘날 비주류 청춘들의 모습이 익살스럽지만 쓸쓸하게 펼쳐진다.
소설에는 익숙한 소재와 패러디가 가득해 킥킥 웃어가며 페이지를 넘겼고, 한두 번은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포르노사이트 업계에서 본좌로 불리던 승희가 경찰에 잡히자 누리꾼들은 ‘본좌가 잡혀 갔다’고 울분을 토하고, 문근영은 ‘해브 어 굿 타임’ 등 자신의 광고 카피를 섞어 3인방과 대화한다. KAL858기 폭파사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회사’의 음모론도 익살스럽게 제기된다.
패러디의 홍수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재기발랄한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작가는 ‘뻔뻔하게’ 다음과 같은 참고 글을 달았다. ‘이 글의 독창성은 에베레스트 정상의 공기만큼이나 희박하다. 어디에서 본 듯하다거나 읽어 본 듯한 내용이 나온다면, 어딘가에서 본 것이거나 읽어 본 내용이 맞다.’ 작가는 ‘문근영과 납치범 3인조’의 이야기에 회사에 납치당한 작가의 얘기를 교차시켜 풀어낸다. 이 부분, 문근영 이야기보다 흥미가 떨어질뿐더러 전개가 혼란스러워진다. 탄탄했던 전반부에 비해 결말은 헐겁고, 황당한 느낌이다. 설마 했더니 복제인간과 외계인까지 나올 줄이야.
그런데 왜 문근영일까.
“3년 전쯤 문근영 씨 인기가 최고였죠. 그때 근영 씨의 팬인 한 지인이 ‘문근영이 결혼한다면 그 상대자를 살해할 거야’라는 얘기를 했죠. 이거다 싶었죠. 그런 오타쿠 얘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문근영 측과는 상의 없이 책을 냈다. 그래서 막연히 불안해하고 있는 작가의 말. “근데 근영 씨가 책 나온 건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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