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원작 소설속 훤과 연우는 얼굴 모르는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9일 17시 07분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이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안방극장에 돌풍을 일으킴에 따라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도 같이 커진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정은궐의 원작소설은 2주째(13¤19일, 20¤26일)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며 드라마와 원작소설 비교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해를 품은 달'의 원작소설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비교해봤다.

◇이훤은 허연우의 얼굴을 모른다 =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왕 이훤(김수현 분)이 정인인 허연우(한가인)의 얼굴을 모른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는 이훤이 왕세자 시절 궁에서 우연히 허연우을 만나고, 또 그가 세자빈에 간택된 후에는 나란히 앉아 즉석공연을 관람하는 에피소드까지 그려넣으며 왕과 허연우가 서로의 모습을 또렷하게 아는 것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원작소설에서는 이훤과 허연우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오로지 서찰로만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이훤은 무당이 된 허연우와 마주하고 앉아도 그의 정체를 알고 의심하기까지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만 이훤은 서찰을 통해 느낀 허연우의 지성미와 고운 심성, 지혜의 체취를 우연히 만난 무당에게서도 느끼기 시작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이훤이 허연우의 얼굴을 기억하기에 무당이 돼 자기 앞에 나타난 허연우를 보고 처음부터 의심에 빠진다.

또 소설에서는 허연우가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이훤의 뜻을 한사코 거부하며 물러서지만, 드라마에서는 이훤이 '월'이라는 이름을 하사하자 기꺼운 마음으로 받는다.

◇허연우는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았다 = 드라마에서는 허연우가 과거 먹은 약의 후유증과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허연우는 어린 시절 본 이훤은 물론이고 양명군(정일우)과 마주하고도 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머릿속에는 가끔 과거의 조각들이 떠오르는데, 자신이 신내린 무당이 됐다고 믿는 허연우는 그것이 무당의 예지력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원작소설에서는 허연우가 스스로 1인2역을 한다.

허연우는 세자빈에 간택된 직후 정치판의 희생양이 돼 죽음에 이르지만 극적으로 회생한다.
허연우가 죽은 것처럼 위장해 시신을 빼돌린 후 다시 숨이 돌아온 허연우를 무덤을 파헤쳐 꺼내는 것까지는 소설과 드라마가 같다. 대왕대비의 사주로 이 모든 일을 벌인 성수청 국무가 마지막 양심으로 허연우를 살린 것도 같다.

하지만 이후 허연우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으로 설정한 드라마와 달리 원작에서는 허연우가 자신과 가족을 수렁으로 내몬 범인과 그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움직인다. 이를 위해 그는 무당 행세를 하면서 발이 묶인 자신 대신 수족인 설(윤승아)을 통해 은밀히 조사를 해나간다.

소설 속 허연우는 꿈에도 그리던 이훤의 액받이무녀로 들어가 왕의 곁을 지키게됐지만 살아남은 자들에게 또 다른 슬픔이 밀려들까 두려워 왕에게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허연우가 관상감들에게 납치당해 궁궐로 들어와 얼결에 액받이무녀가 된다. 하지만 기억이 없는 속에서도 허연우는 이훤 앞에서 알 수 없는 애틋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양명군과 중전의 비중 커져 = 드라마에서는 양명군과 중전(김민서)의 비중이 원작소설보다 커졌다. 또 성수청 국무의 캐릭터도 원작과 차이가 있다.

왕권을 굳건히 하고자 태생적으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야했던 왕의 이복형 양명군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좀더 발랄하게 그려지는 동시에 그 비중도 많아졌다. 그가 무당 허연우와 얽히는 에피소드가 많아진 것.

그러나 소설에서는 양명군이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허연우가 무당이 돼 궁궐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과 비교하면 가장 비중이 커진 인물이 중전이다. 소설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한 중전은 드라마에서 허연우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 그려진다. 권력욕이 있고 위선적이며 도도한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소설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중전이 됐지만 구중궁궐에서 왕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으면서 극심한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나약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성수청 국무 장씨는 원작에서는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노회하고 날카로운 인물로 나온다. 세자빈 암살 역모에도 성수청의 이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전미선이 맡아 훨씬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추상적 이미지,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재탄생 = 이와 함께 원작이 상당 부분 추상적인 이미지와 감정의 교감에 기댄다면 드라마는 이를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재가공해 대중적 상품성을 높였다.

소설은 인물들의 감정 흐름에 집중했으며 이 과정에서 옛 경전과 시를 적극 활용했다.

반면 드라마는 왕과 양명군, 허연우의 행동반경을 넓히며 에피소드를 많이 추가해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문정수 대표는 "원작소설이 철학적인 측면이 강해 처음에는 드라마로 어떻게 만들까 걱정했는데 각색이 잘 됐다"며 "소설과 드라마의 묘미를 모두 잘 살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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