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相은 農家類(농가류)의 인물인 許行을 만나보고는 이제까지 공부한 유학을 모두 버리고 허행을 따라 배웠다. 그리고 맹자를 만나 허행의 말을 전하여, 참된 정치가는 백성들과 함께 나란히 밭을 갈아 그 소출로 밥을 해 먹고, 아침밥과 저녁밥을 손수 지어 먹으면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맹자는 허행의 설이 잘못임을 陳相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하여 반문을 하였다.
許子는 許行을 높여서 부른 말이다. 種粟은 곡식 씨를 뿌린다는 말로, 밭 갈아 씨 뿌리고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등의 농사를 代喩(대유)한 표현이다. 이때의 粟은 식용으로 하는 곡물을 총칭한 것이다. ‘必種粟而後에 食乎아’란, 스스로 밭 갈고 씨 뿌리며 곡식을 거두어들여서 그것을 먹느냐고 묻는 말이다. 然은 ‘그러하다’고 긍정하는 말로, 代動詞(대동사)다. ‘許子는 必織布而後에 衣乎아’는 다시 맹자가 질문하는 말인데, 직접인용의 曰을 생략하였다. 허자가 직접 삼베를 짠 뒤에 그것으로 옷을 직접 만들어 입느냐고 물은 것이다. 맹자의 이 질문에 대해 진상은 ‘許子는 갈옷을 입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맹자의 논점을 회피하려 한 것은 아니다. 사실을 진술하는 데 그친 것도 아니다. 허행이 참으로 검소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뜻도 지니고 있다.
허행이 스스로 농사를 지어 생활한다는 사실은 맹자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맹자는 허행의 구체적 사실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하나하나 쌓아나갔다. 이로써 陳相은 자신이 허행을 변호하여 하는 말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한문 대화문에서는 질문의 曰은 생략하고 답변의 曰은 생략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지만, 진상과의 대화 첫 부분에서만 맹자 물음에서 曰을 생략했다. 조선 후기의 魏伯珪(위백규)는 語勢(어세)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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